▲ 송진규 ⓒ수원삼성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떨지마라. 못해도 되니 자신있게 할 수있는 만큼 해라. 안 되면 얘기해라."

취재진 앞에서는 조용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 올해 프로 2년 차, 프로 데뷔전은 2019시즌에 치러 사실상 신인이나 다름없는 미드필더 송진규(22)에게는 당당하게 경기하라고 강조했다.

2019시즌 수원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수단 구성 과정에 크게 관여하지 못한 이 감독은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을 동계 훈련부터 중용했다. 송진규가 이 감독에겐 현 수원 선수단 내 전술적 통역사이자, 페르소나다.

유스 선수를 1군에 안착시켜달라는 것이 이 감독을 선임한 수원 프런트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2018시즌까지 매탄고 감독이자 수원 유스 총괄 디렉터를 맡았던 주승진을 1군 코치 겸 2군 감독으로 보직 이동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 수원 동계 훈련의 중심, 부상 털고 돌아온 송진규

동계 훈련에 유스 출신 선수로 플랜A를 만들었던 수원은 개막 후 3월에 치른 3경기를 내리 패했고, 이 감독은 기존 주전인 베테랑 선수들을 선발 명단에 다시 호출해야 했다. 그 즈음 경기 엔트리에서 송진규도 사라졌다. 

하지만 송진규는 경쟁에서 밀렸다기 보다 4월 30일 훈련 중 입은 우측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 가량 이탈했었다.

이 감독은 송진규에게 등번호 6번을 줬다. 수원 관계자는 동계 훈련서부터 송진규를 중원 빌드업 구심점으로 삼은 공격 전술을 집중 준비했다고 했다. 부상 복귀와 함께 송진규는 곧바로 1군 경기 명단에 들었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7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9라운드 선발 명단에 올랐다.

수원 삼성은 7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제주를 2-0으로 제압했다.  승점 23점(19전 5승 8무 6패)을 얻어 포항 스틸러스(22점), 성남FC(21점)를 제치고 리그 7위로 올라섰다. 상위 스플릿 진입에 해당하는 6위권의 상주 상무와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혔다.

송진규는 이 경기에 직접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으나 타가트와 한의권 투톱을 뒤에서 지원하며 매끈한 패스와 연계 플레이를 보였다. 좌우 윙백의 오버래핑 상황에서도 호흡이 좋았다. 

▲ 이임생 감독의 전술적 열쇠인 송진규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임생 감독이 믿는 선수, 수원의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제주전이 K리그 3번째 출전이었던 송진규의 당찬 플레이에 "6번이 누구냐"는 문의가 수원 홍보팀에 이어졌다. 송진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감독의 지령대로 떨지 않고 자신있게 경기한 송진규는 회견장에서도 침착했다. 경기 소감을 묻자 '헌신'을 말했다. 

"일단 제가 장기적인 부상이 있어서 두 달 가량 쉬면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복귀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감독님께서 믿어주셔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경기장에서 한 발 더 뛰자고 생각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몸을 끌어올려서 팀에 더 헌신하고 싶다."

이 감독이 떨지말라고 했지만, 송진규는 "크게 긴장은 안 됐다"며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막상 입장하고 피치를 밟을 때는 약간 떨림이 있었다"고 했지만  자신있게 플레이하자고 마음 먹은대로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송진규는 전반 도중 오른쪽 측면에서 제주 수비 두 세명 사이를 절묘한 볼 컨트롤로 빠져나온 장면을 통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적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수원의 상황을 두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팬들이 많지만, 매탄고 주장 출신인 송진규는 권창훈 이후 수원이 기대할 만한 재목으로 꼽힌다. 이 감독은 직접적으로 송진규를 칭찬했다.

"원래 송진규 선수는 동계 훈련을 통해서 가장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선수다. 이 선수가 올 시즌을 통해 경기를 하면서 성장하길 바랐다. 중간에 부상이 있어서 투입할 수 없었다. 이제 돌아왔고, 이번 경기는 지난 경기보다 많이 보여줬다. 송진규 선수가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임생 수원 감독)

▲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경기 후 회견에 참석한 송진규 ⓒ한준 기자


◆ 정신과 헌신을 말한 유스 출신, "프로는 정신이 강해야 한다"

주장 염기훈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송진규는 수원의 공격 전개를 이끌었다. 송진규는 경기 전 선수단 전체 미팅을 통한 정신적 준비가 잘 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

"주장인 기훈이 형도 지난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뛰면서 몸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 한수원 경기에서 우리가 연장전까지 가면서 좋은 경기력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선수단 전체가 정말 힘들지만 고참 형들, 중간 형들, 나이 어린 선수들 모두 각자 역할을 잘 해서 한 팀이 되어서 승리해보자고 미팅한 것이 잘 된 것 같다."

"두 경기를 뛰고 썩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린 상태에서 두 달 정도를 쉬었다. 정말 쉬면서 저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프로라는 무대가 몸도, 피지컬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멘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쉬면서 항상 멘털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복귀하며 어떻게 플레이하고, 운동장에 어떤 마음으로 나설지 많이 생각했다. 그게 복귀에 좋게 작용했다."

송진규는 본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볼 배급을 맡아왔다. 제주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해 직접 골로 가는 일을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교체 투입된 경주한수원과 FA컵 8강에도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슈팅하고 돌파하는 위협적인 플레이를 주로 했다. 앞으로도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오늘같은 포지션보다는 중앙 미드필더를 많이 섰는데, 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감독님께서 공격적인 위치에서 타가트나 의권이형 도와주고 기회가 되면 슈팅을 때리고 공격적으로 만들어 보라고 하셨다. 그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고, 준비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송진규는 최근 수원을 향한 회의론과 비판론에 답하기 위해 어린 선수들이 분발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수원 유스 출신으로 매탄고 1학년때 부터 수원 경기 봤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좋은 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팬분들도 실망 많이 하실 것이다. 어린 선수로서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떻게 형을 돕고 팀에 더 보탬이 될까. 운동장에서 한발 더 뛰고 파이팅해주고 형들이 지쳤을 때 어린 선수들이 힘이 되줘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다. 형들을 더 도와야 할 것 같다."

스포티비뉴스=수원, 한준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