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에서의 9년 시간을 마무리한 김경태 투수코치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가 2011년 11월 3일에 SK에 입사했거든요. 꽉 채워서 9년이네요. 여기에서 9년이나 있었다니…”

SK 투수 파트의 육성을 담당했던 김경태(45) 코치는 “그냥 담담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9년의 시간을 머릿속에서 지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김 코치는 “아무렇지도 않기는 한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긴 하더라. 9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여기에서 9년이나 있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써 웃었다.

SK는 8일 “코치 8명에게 재계약 불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미 사의를 밝힌 이종운 퓨처스팀 감독과 박경완 1군 수석코치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의 코치들이 팀을 떠난다. 김경태 퓨처스팀 투수코치 또한 그 명단에 있었다. 사실 예상외의 일이었다. 2군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며 오랜 기간 팀의 투수 육성을 담당했던 산증인이기 때문이다. 

SK 고위 관계자 또한 “능력이 부족해서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진한 팀 성적 속에 투수 파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실제 1군 코칭스태프 투수 파트는 메인과 불펜코치가 모두 바뀐다. 이런 흐름 속에 팀을 떠나게 된 셈이다. 이를 아는 김 코치도 섭섭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김 코치는 “한 팀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다”고 구단에 고마워했다.

김 코치는 잠시 1군 불펜코치를 한 시기를 제외하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2군 투수코치를 담당했다. 지금 팀의 주축으로 성장한 1군 투수들은 거의 대부분 김 코치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부가 필요한 위치였고, 실제 성실하게 공부하는 지도자로 이름이 높았다. 책과 씨름했고, 휴대전화에는 항상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피칭 영상이 차고 넘쳤다. 류현진(토론토)의 올해 불펜 투구 영상을 구하기 위해 취재진에 직접 연락을 하기도 하는 등 열의가 넘치는 지도자였다. 

피칭 이론은 물론 자신의 경험을 살린 재활에도 정통했다. 무엇보다 그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2군 선수들은 시간, 그리고 자신과 싸움이다. 김 코치는 불의를 지켜보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선수들의 잘못은 엄하게 꾸짖었다. 대신 선수들의 아픈 가슴은 항상 어루만져주곤 했다. 힘든 선수가 있으면 자신의 휴식일도 반납하고 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 지금의 1군 선수들이 여전히 김 코치를 많이 따르는 이유다.

김 코치는 SK의 2군 시설(강화SK퓨처스파크)이 강화도에 생기자 서울의 집을 떠났다. 강화도에서 숙식을 하며 헌신적으로 선수들을 돌봤다. 강화SK퓨처스파크의 설립을 지켜본 몇 안 되는 코치이기도 하다. 그런 김 코치는 강화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서울의 가족들에게 돌아간다. 담담하려 노력했지만,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한 식구들 앞에서는 그런 감정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다는 게 김 코치의 이야기다.

김 코치는 “1군 쪽에 인사도 드렸고, 오래 있었던 강화에는 코칭스태프, 선수단, 식당에 계시는 분들, 그리고 청소나 조경을 담당하셨던 분들까지 모두 다 인사를 드렸다. 어느덧 강화에서 제일 오래 있었던 코치더라”면서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일을 하셨던 어머니 한 분이 우시더라.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참 고마웠다”고 했다.

김 코치는 “돌이켜보니 9년 동안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12월에는 재능기부를 한다고 애들을 봐주고 그랬다”면서 당분간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챙길 생각이다. SK 관계자들은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된 코치니 다른 팀들의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단은 이제 SK라는 울타리를 떠나는 김 코치가 더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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