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인 결승 적시타로 시리즈 물줄기를 바꾼 유한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타순 교체도, 여러 가지 작전도 모두 소용이 없었다. 가을의 무게감에 잔뜩 긴장한 kt의 방망이는 좀처럼 시원하게 돌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맏형이 앞장 서 길을 포장했다. 후배들은 그 길로 계속 안전하게 들어오며 밝게 웃었다. 

kt는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2로 이기고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1·2차전 패배로 위기에 몰렸던 kt는 3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5점을 뽑으며 극적으로 살아났다. 

올 시즌 정규시즌 2위 자격으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t는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에서 고전했다. 사실 마운드는 크게 나무랄 것이 없었다. 결국 타격의 문제였다. 1차전에서 2-3으로 진 kt는 2차전에서는 1-4로 졌다. 2차전은 로하스의 솔로포 하나가 전부였다. 이런 타격의 침묵은 3차전에서도 이어졌다. 7회까지 숱한 기회에도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3차전은 kt가 주도권을 가지고 갈 만한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좋은 투구로 두산 타선을 붙잡고 있었다. 5회까지 실점은 없었다. 그런데 kt는 그 사이 선취점을 뽑을 수 있는 세 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1회에는 선두 조용호가 좌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러나 런앤히트 작전이 먹히지 않았고, 결국 조용호의 2루 도루 시도가 무산되며 흐름이 끊겼다. 하필 그 다음에 황재균의 2루타가 나왔으나 1사 2루에서 후속타가 없었다. 5회에는 선두 강백호가 2루타를 쳤다. kt는 박경수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1회보다는 더 안전한 선택을 했다. 그러나 배정대가 삼진, 장성우는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6회에는 1사 후 조용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작전은 필요 없는 타이밍이었다. 쳐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야 했다. 하지만 황재균이 허무한 3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로하스와 어렵게 승부를 할 이유가 없었다. 고의4구로 걸렀고, 유한준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7회에도 다시 기회가 왔다. 선두 강백호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무사 1루였지만 kt는 1점이 급했다. 박경수가 다시 번트를 댔다. 주자의 위치만 다를 뿐, 5회와 비슷한 그림. 다시 배정대 장성우에게 걸렸다. 하지만 믿음은 통하지 않았다. 배정대는 2루수 땅볼로 주자를 한 베이스 진루시키는 데 그쳤다. 장성우는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이제 쫓기는 쪽은 kt였다.

7회에도 기회가 날아간 kt는 8회도 김민혁 조용호가 범타로 물러나며 소득 없이 이닝이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2사 후 황재균이 볼넷을 골랐고, 로하스의 중전안타로 1,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이날 안타가 없었던 유한준의 타구가 두산의 내야를 건너 유격수 김재호를 뚫어내고 드디어 1점을 얻었다. 이 1점을 그렇게 기다렸던 kt였다.

1점이 나오자 그 다음 점수는 믿을 수 없이 쉽게 나왔다. 강백호 타석 때 상대 패스트볼로 추가점이 나왔다. 이어 강백호 고의4구와 박경수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고 배정대의 타구는 유격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2타점 적시타가 됐다. 4-0으로 앞선 kt는 이어 장성우의 좌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승리를 예감했다. 유한준이 닦은 길로 후배들이 거침없이 따라 들어왔다. 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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