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고의 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하며 개인 세 번째 사이영상 득표에 성공한 다르빗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엘리트 투수’라는 명성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먹튀’라는 싸늘한 시선이 늘어나는 판이었다. 지난해 이 시점까지, 다르빗슈 유(34·시카고 컵스)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 그랬다.

다르빗슈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6년 총액 1억2600만 달러(약 1403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컵스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2년은 성적은 그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팔꿈치 부상 탓에 2018년에는 8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부상에서 회복한 2019년 전반기 18경기에서는 2승4패 평균자책점 5.01에 그쳤다. 전형적인 하락세였다.

“이미 일본에서부터 많은 공을 던졌고, 부상 이력이 잦았던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줬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다르빗슈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가장 좋았을 때 기량을 찾으려 애를 썼다. 많은 이들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지난해 후반기(13경기 4승4패 평균자책점 2.76)에 반등하더니, 올해는 완전한 재기에 성공했다.

다르빗슈는 지난 12일(한국시간) 발표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트레버 바우어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바우어와 표 차이가 예상보다 많이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1위 표 3장을 얻었다. 일본인 투수가 사이영상 투표에서 득표한 것은 지난해까지 9차례 있었으나 1위 표를 받은 건 다르빗슈가 처음이다.

다르빗슈 개인적으로는 텍사스 소속이었던 2012년과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사이영상 득표였다. 다르빗슈는 2012년 5위 표 1장을 얻어 9위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2위 표 19장을 얻는 등 선전한 끝에 2위를 차지했다. 한동안 사이영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성적을 냈으나 올해 1위 표 3장, 2위 표 24장을 받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시아 선수 중 세 번이나 사이영상 득표에 성공한 선수는 다르빗슈가 처음이다.

올해 구위는 재기를 직접적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구속이 예전 수준을 회복했고, 끊임없이 노력한 다양한 변화구는 현지 언론의 화제로 떠올랐다. 비록 단축 시즌이기는 했지만 12경기에서 8승3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이닝당출루허용수 모두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20대 때도 못했던 것을, 만 34세 시즌에 해냈다.

팔꿈치 부상 이후 오히려 재활과 몸 관리에 철저히 더 힘을 쏟았다. 그 결과 몸 컨디션은 오히려 20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남은 3년의 계약 기간도 기대를 모으기 충분하다. 프로 입단 당시부터 “아시아 선수의 체격적 한계를 뛰어넘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은 만큼, 그 이상의 롱런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르빗슈는 MLB 통산 182경기에서 71승(56패)을 기록했다. 남은 3년의 기간 동안 부상 없이 꾸준히 던진다면 MLB 통산 100승도 가능하다. 신체 나이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아시아 선수로는 박찬호(125승), 노모 히데오(123승)만이 가지고 있는 통산 100승에도 도전할 만하다. 사이영상 득표 경력에서 보듯, 강렬함만 놓고 봤을 때 두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한 다르빗슈가 궁극적인 누적 승수에서도 어떤 결과를 남길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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