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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행' 이재우 “많이 던져도 좋아, 있는 힘껏”

작성일: 2015.12.29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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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많이 던지며 다시 혹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자체가 일단 잘 던지기 때문에 계속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젊은 투수라면 몰라도 나는 다음 시즌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괜찮다.”

2000년대 중, 후반 두산 베어스 야구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공로를 알고 있다. 계투로 종횡무진했고 때로는 선발로도 등판했다.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약속 받았던 순간.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고 두 번의 수술과 긴 재활을 겪었다. 두산을 떠나 한화 이글스에서 새로운, 그리고 선수로서 마지막 기회를 노리는 오른손 투수 이재우(35)는 “아프지 않으니 힘껏, 원 없이 던지겠다”며 각오를 단단히 했다.

이재우는 훈련 보조로 출발해 2005년 76경기 99⅔이닝 28홀드(1위)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고 공익근무 소집 해제 후 2008년 계투 11승 17홀드 평균자책점 1.55, 2009년에는 두산 계투 KILL 라인 맏형으로 5승 12홀드 평균자책점 3.88의 성적을 올렸다.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이재우는 2010년 두산의 4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두 경기 째만에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대에 올랐다. 2011년 인대가 다시 끊어져 또 수술대에 올랐고 사실상 3년을 재활에 허비했다.

전성 시절 구위를 잃었으나 2013년 후반기 팀의 5선발로 뛰던 이재우는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2014년 송일수 전 감독과 불화로 트레이드 직전까지 갔으며 올 시즌에는 필승 계투였던 시즌 초반과 달리 후반 페이스가 떨어져 팀 내에서 기회를 잃었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두산에서 통산 342경기 39승 20패 3세이브 68홀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이재우는 두산의 배려 속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FA가 아닌 순수 계투로 첫 2억 원 연봉(2009년)을 받았던 이재우는 9,000만 원으로 삭감된 연봉에 도장을 찍었다. 여러 차례 은퇴 위기를 맞았고 최근 2년은 스스로도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올해는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께서 믿어 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고 아쉽다”고 이야기한 이재우는 “팔꿈치와 어깨는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은 몸으로 내가 공헌할 수 있는 팀에서 있는 힘껏 던지고 싶었고 다행히 김성근 감독께서 연락을 주셔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팀 감독으로만 뵙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그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며 기대했다.

김성근 감독은 일찍이 그동안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던, 또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을 강하게 다그쳐 팀의 주축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혹사 논란도 있었으나 1997년 계투 20승 주인공인 쌍방울 김현욱(삼성 코치), 2001년 15승-18세이브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LG 신윤호 등은 김성근 감독 재임 때 팀의 기둥 투수였다. 올해 한화 투수진에서 가장 공헌한 투수 가운데 한 명인 왼손 권혁도 삼성에서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고자 FA(프리에이전트)로 한화 이적한 뒤 '불꽃투'를 보여 줬다.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다. 김성근 감독 재임 당시 맹활약한 투수들은 혹사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나마 덜 다친 편인 채병용(SK)도 2009년 시즌 팔꿈치 인대 훼손이 꽤 심했지만 수술을 미루며 한국시리즈 최종전까지 분전했다. 2011년 어깨 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왼손 투수 전병두(SK)는  재활 막바지 단계에서 실전 복귀의 꿈을 꾼다. 이재우는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재활이라면 이골이 났다. 이재우에게 '만약 2016년 시즌 많이 던져서 다시 다치게 된다면'이라고 질문했다.

“나는 내가 어떻게 프로 선수로 시작했는지 알고 있다. 훈련 보조로 시작해서 1군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고 타이틀도 얻었고 국가 대표팀에도 들어가 봤다. 나이도 들었고 그래도 나름대로 해 볼 수 있을 만큼은 해 봤다고 자부한다. 두산에서 내 선수 생활을 마쳤더라도 큰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아프지 않은 팔로 원 없이 던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다음 시즌 다른 투수들보다 많이 던진다면? 그것도 내가 잘 던져서 감독님 '눈도장'을 받아 기회를 얻었다는 것 아닐까. 더 뛸 시간이 많은 젊은 투수라면 모를까. 나는 괜찮다.”

뒤이어 이재우는 “어떤 보직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다. 마지막일지 모르는 선수 생활에서 아프지 않고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고 싶다”며 웃었다. 4년 전 팔꿈치 재수술을 앞두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던 이재우는 자신의 마음속 '불꽃'을 품고 한밭으로 향한다.

[사진] 두산 시절 이재우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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