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진단⑦] 또 정신력 탓, 그냥 실력이 부족했다… 美日 뛰는데, 韓은 걷는다
작성일: 2021.08.09 07: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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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투지가 정말 부족했던 것일까. 그것으로 도쿄올림픽 노메달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선수들은 연장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스라엘전)도 있고,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예선 도미니카공화국)을 거둔 적도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과 경기에서는 경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웠다. 정신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했다면, 이런 경기조차 있었을 리 없다.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봐야 한다.
정신력 타령을 하는 건 어쩌면 보는 사람들의 자기 위안이다. 이 말에는 “이길 수 있었는데, 정신력이 부족해서 졌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현상 지적은 될 수 있겠지만,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또 요즘은 그 정신력이나 투지 또한 멘탈이라는 단어로 실력에 포함시키는 시대다. 이번 대회의 실패는 그냥 실력이 총체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당시에도 아슬아슬한 승부가 많았다. 전승에 가려서 그렇지, 대회 내내 살얼음이었다. 다시 하라고 했다면 어려웠을 전승 금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그 살얼음 승부에서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1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실력 향상이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대표팀의 일원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한 현직 코치는 “2008년과 2021년 KBO리그 수준을 비교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큰 망설임 없이 “지금이 더 낫다. 리그 수준은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코치는 “우리 야구가 한창 국제대회에서 잘 나갔던 2000년대 초반의 리그 환경과 비교하면 투수들의 공은 더 빨라졌고, 타자들의 타구 속도 또한 더 빨라졌다. 선수들의 수비 범위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일부 원로들이 1980~1990년대에는 기본기가 뛰어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140㎞만 넘겨도 강속구 투수였고 타구 속도도 약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쉬운 시대였다. 굳이 과거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KBO리그도 서서히 발전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수준은 더 빨리 발전하며 상대적인 격차가 벌어졌다. 실제 투수들의 구속만 봐도 메이저리그는 최근 5년 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며, 일본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발사각 혁명이나 구질 개발 등 다양한 부분을 선도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자신들의 방식에 맞게 이를 개량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KBO리그의 상승폭은 그에 못 미친다. 오히려 최근에는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외부 소스를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미국의 수비 시프트는 엄청난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회를 가장 치밀하게 준비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단순한 좌우놀이에 집착하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은 그라운드 내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며 빈틈을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이기고 동메달을 딴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세밀함에 있어서는 다소간 빈틈이 있었지만, 뛰어난 하드웨어를 경기력으로 연결하는 측면에서는 13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나아졌다. 본질을 흐리는 정신력 타령이 위험한 이유다. 이대로 가다간 2028년 올림픽에서는 더 벌어진 격차를 실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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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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