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진단⑦] 또 정신력 탓, 그냥 실력이 부족했다… 美日 뛰는데, 韓은 걷는다
작성일: 2021.08.09 07:00
김태우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그렇다면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투지가 정말 부족했던 것일까. 그것으로 도쿄올림픽 노메달을 설명할 수는 없다. 선수들은 연장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스라엘전)도 있고,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예선 도미니카공화국)을 거둔 적도 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과 경기에서는 경기 중반까지 대등하게 싸웠다. 정신력이나 집중력이 부족했다면, 이런 경기조차 있었을 리 없다.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봐야 한다.
정신력 타령을 하는 건 어쩌면 보는 사람들의 자기 위안이다. 이 말에는 “이길 수 있었는데, 정신력이 부족해서 졌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현상 지적은 될 수 있겠지만,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 또 요즘은 그 정신력이나 투지 또한 멘탈이라는 단어로 실력에 포함시키는 시대다. 이번 대회의 실패는 그냥 실력이 총체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사실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당시에도 아슬아슬한 승부가 많았다. 전승에 가려서 그렇지, 대회 내내 살얼음이었다. 다시 하라고 했다면 어려웠을 전승 금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그 살얼음 승부에서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면 13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실력 향상이 다른 나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대표팀의 일원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한 현직 코치는 “2008년과 2021년 KBO리그 수준을 비교하면 어떤가”라는 질문에 큰 망설임 없이 “지금이 더 낫다. 리그 수준은 알게 모르게 계속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코치는 “우리 야구가 한창 국제대회에서 잘 나갔던 2000년대 초반의 리그 환경과 비교하면 투수들의 공은 더 빨라졌고, 타자들의 타구 속도 또한 더 빨라졌다. 선수들의 수비 범위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일부 원로들이 1980~1990년대에는 기본기가 뛰어났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140㎞만 넘겨도 강속구 투수였고 타구 속도도 약해 상대적으로 수비가 쉬운 시대였다. 굳이 과거를 미화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KBO리그도 서서히 발전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수준은 더 빨리 발전하며 상대적인 격차가 벌어졌다. 실제 투수들의 구속만 봐도 메이저리그는 최근 5년 사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며, 일본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발사각 혁명이나 구질 개발 등 다양한 부분을 선도하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자신들의 방식에 맞게 이를 개량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KBO리그의 상승폭은 그에 못 미친다. 오히려 최근에는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외부 소스를 활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미국의 수비 시프트는 엄청난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회를 가장 치밀하게 준비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 사이 우리는 단순한 좌우놀이에 집착하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은 그라운드 내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며 빈틈을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이기고 동메달을 딴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세밀함에 있어서는 다소간 빈틈이 있었지만, 뛰어난 하드웨어를 경기력으로 연결하는 측면에서는 13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나아졌다. 본질을 흐리는 정신력 타령이 위험한 이유다. 이대로 가다간 2028년 올림픽에서는 더 벌어진 격차를 실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관련 추천 기사
야구 관련 기사
-
이주헌? 박동원? 카라스코에겐 중요치 않다…韓 첫 승 이룬 베테랑 루키, '리스펙' 정신이 더 빛났다
2026-08-12
-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는데…부활 안 보이는 애제자 부진, 김태형 감독 "같이 갈 상황 아냐" 가차 없었다
2026-08-12
-
카라스코 KBO 첫 승+김진성 178홀드 韓 신기록…LG, 키움 제물로 3연패 탈출 [고척 게임노트]
2026-08-11
-
롯데 상대 승승승 질주! 이숭용 감독의 미소 "아빌라 에이스다운 피칭, 조형우-안상현 귀중한 추가점이 결정적"
2026-08-11
-
박준순 130m 초대형 3점포에 한화 무너졌다…두산 홈런 2방 맞아도 승승승승 질주 [잠실 게임노트]
2026-08-11
-
'승승승승 하더니 와르르' 비슬리 충격의 7실점…갈 길 바쁜 롯데, SSG에 또 발목 잡혔다 [인천 게임노트]
2026-08-11
추천 콘텐츠
-
"팬들이 사랑했던 선수" 韓서 태어나 미국 입양, 한국계 메이저리거 35세에 은퇴…계약 제안 받았지만 선수 생활 끝내기로
2026-08-12
-
'이럴 수가' 中 벌벌 떤다 "이제 일본 배워야 해"…중국계 하리모토 남매 동반 우승→"탁구대-공 바꿨잖아" 황당 주장까지
2026-08-12
-
"누군가 해야 했던 일", "차량 폭발할 수도" 광주FC 선수단, 사고 차량으로 주저 없이 뛰어...큰 인명피해 막았다
2026-08-12
-
'38승 1패' 안세영 질주에 제동 걸었던 '재발성 통증'…"왼발이 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견딜까" → "80~90% 회복" 자신
2026-08-11
-
박지성 참담한 반응, '심판 성접대' 파문에 "韓축구 안 좋은 상황, 깊은 고민 필요해" → 축구협회장 선거부터 확 바꾼다
2026-08-11
-
대한민국 또 한번 도전하는 세계 무대, U-17 월드컵 100일 앞 ‘성큼’
2026-08-11
많이 본 기사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
"KIA에 복수하겠다" 김도영-김태군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 중…페덱의 복수혈전 결말은?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