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는 한동희(왼쪽)와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9)는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뒤 “아직 1년이 더 남았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더 많은 안타를 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말처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년 은퇴를 예고한 빅보이. 어느덧 2021년의 달력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고, 이대호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1년 남짓뿐이다.

이대호란 이름은 롯데의 21세기 역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가 없다.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로 뛰어든 이대호는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2004년부터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하며 롯데의 중심타선을 지켰다.

이어 2006년 타율 0.336을 기록하고 생애 처음으로 타격왕을 차지했고, 2010년에는 타율(0.364)과 홈런(44개), 타점(133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맛봤다. MVP 역시 이대호의 차지였다.

이별의 시간도 있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2017년 다시 롯데로 돌아왔고, 이날 kt전에서 KBO리그 역대 14번째 2000안타와 7번째 13시즌 연속 100안타라는 대기록을 함께 달성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대호가 금자탑을 쌓아 올린 날. 동반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후배 내야수 한동희(22)였다. 한동희는 이날 더블헤더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1경기에선 3-3으로 맞선 8회말 1타점 결승타를 때려냈고, 2경기에선 2회 1타점 결승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러 3-2 승리를 이끌었다.

2018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지명을 받았던 한동희는 입단과 함께 ‘리틀 이대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 거포 스타일의 내야수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다.

롯데의 상징과도 같은 이대호의 후계자로 주목받은 한동희는 성장통을 겪으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데뷔 시즌인 2018년에는 신인치고는 많은 87경기를 뛰었지만, 이듬해 59경기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0.278 17홈런 67타점 62득점으로 활약하며 롯데의 주전 3루수로 도약했다.

거포 내야수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한동희.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침이 유독 심했다. 4월 타율 0.295 4홈런 19타점 13득점으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5월에는 성적이 타율 0.162 2홈런 8타점 7득점으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기복은 여름 들어서도 계속됐다.

▲ 롯데 이대호(왼쪽)와 한동희.
그러나 한동희는 순위 싸움이 본격화된 9월을 기점으로 다시 살아났다. 26경기에서 타율 0.349 3홈런 13타점 10득점으로 완연한 타격 회복세를 보였다.

10월 들어서는 방망이가 더 뜨거워졌다. 한동희는 1일 kt와 더블헤더에서 각각 4타수 2안타 2타점, 3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이어 2일 NC 다이노스와 홈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에선 3-4로 뒤진 8회 극적인 동점 2루타를 때려내며 롯데를 패배 위기에서 건져냈다.

한동희는 1일 더블헤더 직후 인터뷰에서 최근 타격 페이스 그리고 포스트 이대호라는 별명이 주는 부담감 등과 관련해 솔직하게 말했다. 먼저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더 자신 있게 휘두르고 있고, 운도 함께 따르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예전에는 포스트 이대호라는 수식어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대신 이대호와 손아섭, 정훈 등 좋은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데뷔 초반과 달리 이제는 이대호 후계자라는 별명에도 주눅 들지 않는 22살 기대주 한동희. 롯데의 새 미래는 이렇게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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