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허성태. 제공| 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정서희 인턴기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월드와이드 빌런'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허성태가 흥행 감사 인사와 함께 출연 소회를 밝혔다.

6일 스포티비뉴스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글로벌 No.1까지는 아니어도 해외에서 반응이 오지 않을까 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를 외국인들이 새롭고 흥미롭게 여길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허성태는 이번 작품에서 101번째로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인물인 장덕수 역을 맡았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하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허성태는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일이다. 아직도 어리둥절하다”며 “앞으로는 벌어질 수 없는 일 같다. 이런 관심을 잘 못 즐기는 성격이라 겁도 나고 매사에 조심하고 있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하며 담담하게 받아 드리려고 한다”며 흥행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 축하 인사를 받고 있는데 유해진 선배는 ‘이 순간을 즐기라’ 하시더라”고 말했다.

허성태가 연기한 덕수는 첫 등장 신부터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한없이 이기적이고 치졸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에 대해 “덕수는 굉장히 세고, 지저분하고, 강한 캐릭터다. 극에 긴장감을 주는 강렬한 인물이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나오는 비굴하고 찌질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준비할 때 감독님이 ‘성태 씨가 가장 잘하는 연기, 그걸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주문하셨다. 나 역시도 한국에만 방영되는 작품이었다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까 고민했을 텐데, 해외 시청자들은 저라는 배우를 ‘오징어 게임’으로 처음 접하는 것이기에 기존에 했던 연기 호흡법이라도 내가 가장 잘하는 거, 가장 지저분하게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허성태는 덕수 역할을 위해 15kg 이상을 증량하기도 했다. 그는 “작년 초 코로나19로 예정된 작품들이 다 미뤄졌다. 5개월 동안 쉬면서 살을 73kg까지 뺐는데 ‘오징어 게임’ 제작진에게 미팅 연락이 왔다. 황동혁 감독님을 만났는데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며 덕수는 피지컬이 중요한 인물인데 제 모습이 너무 ‘어좁이’ 같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한 달 반 만에 15~17kg 살을 찌웠다”며 캐릭터를 위해 연기 큰 노력을 기울였음을 짐작케 했다.

▲ 배우 허성태. 제공| 한아름컴퍼니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 최초로 북미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화제작에 등극하면서 1만 명이었던 허성태의 SNS 팔로어 수는 100배 이상 증가해 130만 명을 돌파했다. 그는 '허블리'라 불리며 극 중 캐릭터와 다른 SNS 속 반전 일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성태 역시 SNS 팔로어 수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전 세계 팬들이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고 응원해주는데 신기하고 감개무량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며 “그런데 주요 멤버 중에는 내 팔로어 수가 제일 꼴찌다(웃음)”고 말해 폭소케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대디 쏘 큣 (Daddy so cute)’을 꼽았다. “왜 아빠라고들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귀엽다고 반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년의 귀여움’이라는 수식어를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들에게 ‘악역을 맡아도 귀여울 수 있다’, ‘주름이 많은 얼굴도 귀여울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귀여울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미중년의 섹시함’도 좋지만, 박해수가 먼저 선점했기에 나는 귀여움으로 가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징어 게임’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허성태는 실제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로 아누팜 트리파티가 연기한 알리를 꼽았다. 그는 “사람들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것과 사명감 등이 내 성격이랑 비슷해 제일 공감이 갔다”면서 “‘오징어 게임’은 개개인으로 따지고 보면 결국 다 가족으로 귀속되는 드라마다. 결국 가족이고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극 중 한미녀를 연기한 김주령과 호흡에 대해 허성태는 “어려운 신들이 많았다. 몸도 많이 써야 해 걱정이 많았다. 특히 김주령이 마르고 연약해서 내가 잘 케어하며 촬영에 임했다. 강한 신들이 많았는데 감독님, 스태프들 도움으로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성태는 여섯 가지의 게임 중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가장 자신 있는 게임으로 택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잘했던 게임이고, 술래가 돼도 엄청 빨리 가서 잡았다. 2화를 자세히 보면 새벽이가 뒷통수를 잡아 끌어내리는데 쓰러지자마자 로봇처럼 딱 멈춘다”며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허성태는 만약 오징어 게임에서 1등을 차지해 456억 원을 얻는다면, 전원주택을 사는 게 꿈이라 말했다. 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1층은 PC방, 2층은 당구장 이런 식으로 꾸미고 싶다. 그리고 남은 돈은 어머니를 드리겠다”며 효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첫 연기에 도전한 정호연의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호연이는 붙임성이 좋다. 처음 봤는데 먼저 다가와 줬다. 적극적이고 모든 식사 자리는 호연이가 주도해 메이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배우들도 누구 하나 모난 곳 없이 좋았다. 첫 분장실 만남부터 시끄럽고 화기애애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배우 허성태. 제공| 한아름컴퍼니

처음 ‘오징어 게임’ 대본을 받고 쉼 없이 읽어 내려갔다는 허성태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놀이를 장치로 썼다는 점이 특색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이걸 과연 어떻게 구현하고 연출할까?’ 궁금했다”며, “현장에 와보니 안전장치가 구비 된 큰 구조물과 세트 규모에 무서울 정도로 놀랍고 아름다워 연일 감탄사를 내뱉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오징어 게임'은 캐릭터가 가진 서사들이 매력적이고, 심지어 펑펑 울었던 에피소드도 있다”며 “삶이라는 게 경쟁의 연속이다. 모두 개개인의 드라마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을 잘 녹여냈다. 가족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위해, 서로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부분이 공감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을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허성태는 35살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자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는 배우로서 처절함이나 강박관념이 심한 스타일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출연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스테이지를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처절함이 있었다. 늦은 나이에 연예계에 뛰어든 것도 있고, 준비할 때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편이다.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불안하다. 가끔은 주변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대사를 읊고, 내가 다 갖춰진 상태여야지 마음이 편하다. 처절함, 강박관념이 일맥상통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처음 협업한 소감에 대해 허성태는 “직접적으로 차이점을 느낀 건 없다. 주로 배우들과 감독님하고만 호흡해 내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크지 않았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먹거리가 많았다는 것. 양질의 음식들이 제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넷플릭스가 한국 촬영 현장에 특색을 느꼈을 거라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연출부, 스태프들이 가진 뛰어난 능력과 더불어 이런 작업을 이렇게 빨리 잘 해낼 수 있다는 아웃풋에 넷플릭스 쪽에서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 스태프들 정말 최고였다”고 칭찬했다. 그는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생작을 다시 쓴 허성태는 "잊지 못할 작품이다. 이런 아웃풋은 또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앞으로 2년 정도 더 유지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OTT 특성상 새로운 유저들이 계속 유입될 텐데, 이런 추세라면 2023년 가을까지 인기가 이어지지 않을까요?”라고 재치있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허성태는 “나는 목표를 세워두고 사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다 보면, 그 하루하루가 모여 저만치 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오래오래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마무리했다.

▲ 배우 허성태. 제공| 한아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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