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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시절 날 닮은 후배에게 "넌 창창하잖아, 이겨내보자"

작성일: 2021.11.10 13:35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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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홍건희(왼쪽)와 이승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크게 해줄 것은 없지만, 나이도 창창하니까. 좋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이겨내보라고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홍건희(29)를 지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뒤로 홍건희의 선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선발, 불펜 어디도 자리 잡지 못하고 2011년부터 10년 가까이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듣던 그가 이제는 어엿한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홍건희는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1차전 3-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 위기에 선발 최원준의 공을 이어 받았다. 그는 3이닝 52구 3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6-4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3km까지 나올 정도로 전력을 다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 그리고 데일리 MVP라는 영광을 안은 순간. 홍건희는 KIA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KIA에 있을 때 선발 욕심을 많이 냈다. 선발을 고집하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실패를 하다 보니까 헤매기도 했다. 두산에 와서는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고 나만의 자리를 찾고 싶었다. 중간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서 선발보다는 불펜을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잘 이해해주셔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올가을 두산은 외국인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남은 투수들이 똘똘 뭉쳐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왔다. 그 중심에 투수조 조장 홍건희가 있다. 이영하 등 어린 투수들은 "(홍)건희 형이 잘 챙겨준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홍건희는 "솔직히 뭘 챙겨줬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이어 "후배들을 보면 내가 어릴 때 조금 힘든 시절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안 돼서 힘든 선수도 있다. 힘든 시절을 겪어서 어떻게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방향을 이야기해준다. 잘하는 투수들은 워낙 잘하니까. 힘든 시기를 겪는 후배들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같이 입은 후배 이승진(26)이 가장 눈에 밟힌다. 이승진은 지난 시즌 이적 초반 시속 140km 초, 중반대에 머물던 직구 구속을 단 기간에 150km대까지 끌어올리며 필승조로 활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기복이 심해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이승진이 좋은 공을 갖고도 상대 타자가 아닌 자신과 싸우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홍건희는 "다 예쁘고 좋은 후배지만, 올해만 보면 (이)승진이가 지난해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올해는 안 풀려서 힘들어했다. 승진이랑 방도 같이 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많이 힘들어했다. 크게 해줄 것은 없지만, 나이도 창창하니까. 좋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이겨내 보라고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홍건희를 데려오면서 그의 직구가 얼마나 큰 무기인지 깨닫게 해줬다. 홍건희는 "두산에 처음 왔을 때 '150km를 던질 줄 아는 투수가 왜 구속을 줄이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냐. 좋은 공으로 정면 승부해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방벙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직구 힘이 좋다 보니까 하이패스트볼을 던지면 좋을 거라고 전력분석팀에서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건희는 이승진도 자신처럼 좋은 계기를 마련해 다시 한번 반등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랐다. 지난해처럼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을 쌓아 나간다면, 다시 함께 필승조로 활약할 날이 곧 오리라 믿었다. 

두산은 1차전 승리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까지 1승을 남겼다. 2차전을 어떻게든 틀어막는 게 관건이다. 홍건희는 이날 무려 52구를 던지고도 "솔직히 팔 상태는 문제가 없다. 내일(10일)도 준비할 수 있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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