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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배려 받았던 손흥민, 이번엔 후배에게 물려줬다

작성일: 2021.11.17 14:00 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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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영(왼쪽)과 손흥민(오른쪽).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허윤수 기자] 10년 전 선배들의 배려를 자양분 삼아 성장했던 손흥민(29, 토트넘 홋스퍼)이 이젠 후배들의 그늘이 돼주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3골을 쏟아부으며 3-0 완승을 거뒀다.

최종예선 무패 행진을 이어간 한국은 4승 2무 승점 14점으로 1위 이란(승점 16점)에 이어 2위를 지켰다. 또 3위 아랍에미리트(6점)와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리며 본선행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어려울 거로 예상된 중동 원정이었지만 한국은 강했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 공 소유 시간을 늘렸고 중앙과 측면을 고루 공략하며 이라크 골문을 두드렸다.

1-0으로 앞선 후반 중반 손흥민이 클래스를 보여주며 격차를 벌렸다. 후반 29분 조규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가볍게 툭 차 마무리했다. 정우영(22, 프라이부르크)이 먼저 페널티박스로 진입해 다시 차는 부담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후반 34분에는 손흥민의 개인 기량이 돋보였다. 중앙선 부근에서 순간적인 가속으로 수비를 벗겨낸 손흥민은 헛다리 짚기로 두 번째 수비수마저 주저앉혔다. 직접 슈팅이 가능했지만, 반대편에 있던 황희찬에게 패스를 건넸다.

황희찬 역시 욕심내기보단 정우영에게 내주며 기회를 줬다. 공을 잡은 정우영은 골대 상단을 찌르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A매치 첫 골의 기쁨을 누렸다. 손흥민은 두 팔 벌려 정우영과 황희찬을 안아줬다.

10년 전 손흥민은 같은 장소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젖살이 아직 다 빠지지 않았던 19세의 손흥민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 인도전에서 교체 투입됐다.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교체 투입됐지만, 퇴장자가 나오며 재교체됐다. 호주와의 2차전에는 결장했다. 그러나 인도전에서는 전반전부터 일찌감치 3-1로 앞서가며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 10년 전과 같은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 ⓒ연합뉴스

기성용과 교체된 손흥민은 박지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손흥민은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골키퍼 선방과 골대 불운에 시달리며 좀처럼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터질 듯 말 듯했던 손흥민에게 후반 36분 다시 기회가 왔다. 구자철이 수비진 사이로 침투 패스를 넣어줬고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 차세대 한국 축구 희망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유럽 최고의 피니셔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어딜 가나 인정받는 월드클래스가 됐고 손흥민이 박지성을 바라봤던 것처럼 많은 후배가 그를 우러러보고 있다.

정우영 역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미래다. 손흥민처럼 어린 나이에 독일에서 생활하며 성장 중이다. 아직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크진 않지만, 선배들과 함께하며 많은 점을 흡수하고 있다.

정우영에겐 이날 경기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의욕이 넘쳐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다시 차야 했다.

두 번째 페널티킥 시도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부담이 됐을 수 있지만, 손흥민은 믿음직스럽게 성공했다. 오히려 정우영의 데뷔골에 힘을 보태며 잊지 못할 경기를 만들어줬다. 대표팀 막내에서 한국 축구의 기둥이 된 손흥민의 진가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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