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잘하는 줄이야 알았지만, 이토록 잘할 줄은 몰랐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하드캐리'였다. 그여서 시작될 수 있었고, 그여서 매듭지을 수 있었다. 여자의 몸으로 왕세자의 얼굴까지 완벽히 그려낸, 이 놀라운 배우를 대체 어쩌면 좋을까. '연모'를 마친 박은빈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박은빈은 14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연모'(극본 한희정, 연출 송현욱 이현석)에서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왕세자가 되는 이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휘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부르는 캐릭터였다. 극 중 인물들이 속을 만큼 남자로 보여야 하면서도, 후반 서사를 고려해 여자라는 사실을 들킬 여지는 적당히 남겨둬야만 했다. 사실상 '연모'의 설득력과 텐션 전반을 책임지는, 무거운 역할이었다. 이에 탄탄한 연기력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박은빈은 이러한 이휘를 소화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몰입했다. 목소리, 어조, 걸음걸이 같은 디테일에 힘쓴 것은 물론, 늘 위태로운 왕세자라서 필수적인 액션과 정쟁까지 능히 해냈다. 이와 더불어 출생의 비밀을 지키느라 예민한 구석이 있지만 여전히 순수하고 여린 내면을 지닌 이휘를 이질감 없이 표현해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했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놓고 보니, 박은빈이 '연모'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박은빈은 당시 "남자로서 휘, 여자로서 휘,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휘라는 사람 자체를 설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인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남자로 자라온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은빈은 마지막 호흡까지 자신이 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지켜낸 셈이다.
박은빈이 자신한 '자연스러움'은 이휘와 정지운(로운)과의 케미스트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여자지만 남자로 자란 이휘가 정지운과 꾸려나가는 '관계 전복' 로맨스가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 것. 이는 기존 로맨스 사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에 '연모'는 '역 클리셰' 맛집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다.
'연모'의 성적도 훌륭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최고 시청률 12.1%(닐슨코리아)를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넷플릭스에서는 톱10 콘텐츠 7개국 1위, 전 세계 4위를 차지하며 K사극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 중심에 박은빈이 있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터다. 이에 박은빈은 글로벌 '연모' 상대로 떠오르게 됐다. 전례가 없던 캐릭터의 성공적인 사례로 우뚝 선 박은빈, 그의 다음 얼굴은 무엇일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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