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FA 시장에 나온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의 근래 전성기가 시작된 건 2013년부터다. 이전까지 쓰는 돈에 비해 실속이 별로 없었던 다저스는 류현진(35·토론토) 등 좋은 자원들이 합류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데 선발 로테이션이 공헌했다는 데는 이견을 제기할 수 없다. 2013년 류현진이 합류하면서 클레이튼 커쇼(34)-잭 그레인키(39)-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스리펀치’가 완성됐다. 이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여러 선수들이 나오며 계승됐고, 지금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으로 평가된다.

커쇼와 그레인키는 각각 사이영상 수상 경력(커쇼 3회·그레인키 1회)이 있는 대투수들이다. 커쇼는 2021년까지 통산 185승(평균자책점 2.49), 그레인키는 통산 219승(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명예의 전당 유력 입성 후보로도 뽑힌다. 류현진 또한 두 선수의 경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다만 이 스리펀치는 장기적으로 가지는 못하고 해체됐다. 다저스의 상징이기도 한 커쇼는 지난해까지도 다저스에 경력을 바쳤지만, 그레인키는 2016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계약하며 떠났다. 류현진 또한 부상으로 중간 공백이 있었던 가운데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FA 계약을 맺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옛 동료들이자 자극제였던 두 선수는 이번 겨울 웃을 수 있을까. 커쇼와 그레인키는 2021년 시즌 후 나란히 FA 자격을 얻었다. 다저스와 두 차례의 연장 계약(총 10년)을 한 커쇼는 이번에는 별다른 언질 없이 시장에 나왔다.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자젹)도 받지 못했다. 그레인키도 애리조나·휴스턴에서 보낸 6년 계약이 끝났다.

나이를 고려하면 마지막 FA 대박의 기회일 수도 있다. 아직 만 34세인 커쇼는 사실상 마지막 장기 계약 기회다. 만 35세가 넘어가면 3년 이상의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 이제 마흔이 코앞인 그레인키도 연봉을 높인 1~2년의 단년 계약을 노릴 법하다. 

그러나 쉽지 않은 양상이다. 커쇼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경력이야 대단하지만 잦은 부상 속에 구위가 하락세였다. FA 직전 시즌인 지난해 팔꿈치 문제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것도 크다. 그레인키는 지난해 30경기(선발 29경기)에서 171이닝을 던지며 어깨는 괜찮다는 것을 과시했다. 11승도 거뒀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4점대(4.16)였다. 2년 연속 4점대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전직 단장 출신인 짐 보든은 “커쇼가 인센티브가 대거 포함된 단년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그의 몸 상태에 구단들이 확신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 탓이다. 

그레인키에 대해서도 1년 1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점쳤다. 그레인키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금액이다. 과연 두 선수가 예상을 비웃으며 명예의 전당을 향한 진군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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