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한국 대표팀에 부임했던 벤투 감독, 이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스포티비뉴스DB
▲ 2018년 한국 대표팀에 부임했던 벤투 감독, 이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눈앞에 뒀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한국 대표팀이 파울로 벤투 감독 아래에서 월드컵 10회 진출을 눈앞에 뒀다. 최종예선 8차전에 승리한다면, 두 경기를 남겨두고 조기에 본선 진출 티켓을 품에 손에 쥔다.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유로 4강 신화를 함께했던 히카르두 페레즈 감독(45, 부산 아이파크) 생각은 어땠을까.

2022년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해다. 전 세계 대표팀이 세계 최고의 축제를 향해 막바지 예선을 달리고 있다. 남미와 유럽에서 속속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이 결정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이란이 가장 먼저 카타르 비행기에 올라탔다.

한국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까지 무패를 달렸다. 7경기에서 5승 2무(승점 17점)로 A조 2위에 있다. 최종예선 조별리그 발표 당시에 '걸프컵에 한국이 초청된 게 아니냐'는 어려운 일정이었지만, 조직력이 점점 완성됐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내달 1일(한국시간) 두바이에서 열릴 시리아와 최종예선 8차전에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힘겹게 진출했기에 이번에 순항은 어느 때보다 값지다.

월드컵 최종예선이 한참인 1월, K리그 팀도 앞당겨진 일정에 전지 훈련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2 동계전지훈련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어느날, 클럽하우스에서 벤투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페레즈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부산아이파크의 2022시즌 등을 들어볼 수 있었다.

■ 골키퍼 출신 아마추어 선수, 지도자를 꿈꾸다

▲ 페레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페레즈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페레즈 감독은 알려진 대로 비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비선수 출신이라고 아예 축구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조제 무리뉴 감독 등이 밟았던 길처럼 아마추어 레벨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프로에 진입하지 않고 지도자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처럼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열정이 가득했다. 다만 어린 나에게 감독 혹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감독이라 말할 것이다. 어렸을 때 그리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 축구 선수로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다." 

포지션은 골키퍼였다. 열정은 컸기에 일찍이 지도자 코스에 도전했다. 아마추어 레벨부터 지도자 과정까지 다양한 감독을 만나며 습득했다. 만 26세였던 2002년. 포르투갈 명문 팀 스포르팅CP에서 인턴 제안이 왔다. 월급 100유로(약 13만 원)에 불과했지만 경험을 위해 흔쾌히 함께헀다.

페레즈 감독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도 졸업했고, 코치 과정도 이수했었다. 이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었다. "인턴 1년부터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무료 투자, 열심히 일하고 날 믿는다면 기회는 온다"는 생각에 '열정 페이'를 거절, 0원으로 스포트링CP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열정은 1년 만에 닿았다. 스포르팅CP는 페레즈 감독에게 계약서를 내밀었고, 정식 골키퍼 코치로 채용했다. 경험을 쌓던 중, 19세 이하(U-19 팀) 감독을 맡고 있던 벤투 감독이 눈여겨 봤고 골키퍼 코치를 제안했다. 벤투 감독과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 UEFA 유로 4강, 2014 브라질 월드컵, 헤드코치로 독립

▲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유로2012, 포르투갈 대표팀은 4강에 진출했다
▲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유로2012, 포르투갈 대표팀은 4강에 진출했다

직책은 골키퍼 코치였지만, 벤투 감독과 팀 전반을 아우르고 논의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일했고, 유로2012에서 4강 진출을 해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아픔은 있었지만, 브라질 세리에A 크루제이루, 올림피아코스까지 '벤투 사단'으로 책임을 다했다.

"2017년 벤투 감독이 중국에서 클럽 팀 제안을 받았을 때, 함께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벤투 감독에게 정말 좋은 친구지만 중국보다 유럽에서 더 경험을 쌓고 싶다고 거절했다."

올림피아코스를 끝으로 벤투 사단을 떠나 독립적으로 일했다. 올림피아코스 19세 이하(U-19) 팀 제안을 받았는데, 유스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까지 겸한 자리였다. 도전을 즐겼고 새로운 일에 긍정적이었기에 이번에도 "내 축구 인생에 새로운 챕터"라며 수락했다.

유스 팀 감독에 총괄 디렉터까지 할 일이 태산이었다. 올림피아코스는 유스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한 팀이라 하루에 20시간씩 업무를 해야 했다. 감독을 넘어 팀 운영에 전반적인 일과 의무팀과 재활팀 시스템까지 습득할 수 있었다.

"유스 아카데미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더 큰 비전,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매일 어떻게 해야 선수들에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연봉은 적었지만 즐거웠다. 새로운 인생의 장이었고 투자였다." 

1년 반 동안 열심히 달려 시간을 투자했다. 이제 프로 팀에서 감독을 꿈꿨다. 당시 포르투갈 2부리그 카사 피아에 제안이 왔는데, 2019년 12월에 부임해 12경기를 치르던 도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리그가 중단됐다. 덜컥 커리어가 막혔지만 부산 아이파크에서 제안이 왔다. 2017년에는 아시아보다 유럽에서 경험을 원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문화에서 그동안 경험을 접목하고 싶었다.

■ 감독-감독으로 본 '절친' 벤투, 한국 대표팀 월드컵 행보는?

▲ 파울로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 파울로 벤투 감독 ⓒ대한축구협회

페레즈 감독은 벤투 감독과 대략 10년 동안 동고동락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독과 감독으로 한 발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에 부임해 현재까지 팀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 역대 최장기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을 눈앞에 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정형화된 플랜A에 정착되지 않은 '빌드업 축구'에 비판을 받았다. 때론 '고집스러운 플랜A에 새로운 선수를 뽑지 않는다'는 로테이션까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이 우직하게 밀고 갈 수 있었던 이유 무엇일까. 페레즈 감독 말에서 유추할 수 있었다. "열심히 훈련하고 집중한다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선수들은 뛸 거라는 걸, 알기에 뛰지 않더라도 팀 동료를 서포트 할 수 있다. 감독의 생각과 같다면 성적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는데, 곱씹어본다면 당시 선택과 현재 결과에 연결고리가 있다.

페레즈 감독은 벤투 감독과 '유로와 월드컵' 세계적인 메이저 대회를 치렀다. 이르지만 멀리서 본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행보와 예상이 궁금했다. 페레즈 감독은 "최종예선 결과는 좋지만 어떤 팀이 본선에 진출하고, 어떤 팀과 조별리그에 붙을지 알 수 없다. 아직은 예선에 불과하다"며 답변을 아꼈다.

다만 "(벤투 감독이) 좋은 선수를 많이 발굴하고 보유했다. 새로운 선수를 소집한다는 건 굉장히 좋은 신호다. 한국 선수들은 잠재력이 굉장하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팀을 지휘했다.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승률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내 대답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현재 벤투호 흐름과 경기력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거로 확신했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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