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규가 지난달 15일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 김진규가 지난달 15일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히카르두 페레즈(45, 부산아이파크) 감독에게 부산 선수들은 소중했다. 모두 충분히 높은 레벨에서 뛸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었다. 

페레즈 감독은 2021시즌 부산아이파크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유럽과 브라질 무대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파울로 벤투 감독과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대회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치르기도 했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포함해 주앙 무티뉴, 라울 메이델레스, 루이스 나니, 페페 등 유럽 톱 무대를 누볐던 선수를 지도했고 호흡했다. 세계적인 선수와 K리거를 비교하면 어떤 장단점과 차이가 있을까.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지만, 혹시 부산아이파크 선수 중 최고 레벨로 성장할 잠재력은 있을까. 있다면 누구일까.

페레즈 감독 '픽'은 있었다. 부산 아이파크 젊은 선수들과 박종우, 안병준 등 경험 있는 베테랑 선수에게 엄지를 세우기도 했지만, 인터뷰 동안 김진규(23, 부산아이파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 호날두는 무엇이 다를까, 끝없이 답을 찾는 선수

▲ 호날두
▲ 호날두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와 10년 동안 세계 축구를 양분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438경기 450골 132도움, 유벤투스에서 134경기 101골 22도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315경기 132골 72도움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절정의 골 감각을 유지한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3년 8월 카자흐스탄과 친선전에 데뷔했고, A매치 184경기 115골 40도움을 기록했다. 주장으로 유로2016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지난해 9월 아일랜드와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A조 4차전에서 A매치 110골을 터트리며 깨질 것 같지 않던 알리 다에이(109골)의 A매치 역대 최다골을 경신했다.

페레즈 감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포르투갈 대표팀 골키퍼 코치를 역임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월드클래스를 넘어 역대 최고 반열에 들어간 '전성기' 호날두를 지켜보고 지도했다. '세계적인 선수는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호날두처럼 하이레벨 선수들과 일하면 끝없이 묻고 해답을 찾는다. 주저하지 않고 실행으로 옮긴다. 자신에게 도전 과제가 주어지면, 세부적으로 다듬는다. 힌트를 주면 스스로 찾아낸다. 언젠가 11대11 경기를 했는데, 벤투 감독에게 최고의 스쿼드가 될 거라고 말했다. 정말 놀라운 선수였다." 

호날두는 세계 최고 키커지만, 항상 도전했고 고민했다. 언젠가 호날두와 엘 클라시코에서 페널티 킥을 토론했는데 어떻게 골키퍼를 흔드는지 의견을 교환했다. 페레즈 감독은 "호날두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신적인 부분을 알려줬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호날두가 페널티 킥을 차기 전에 골키퍼를 어떻게 속이고, 멘탈을 흔들려고 했는지 말했다. 하이레벨 선수란 이런 것이다. 높은 선수들은 최고의 무대에서도 자신을 조절한다. 스스로 해답을 찾고, 자신을 믿는다"라며 압박감을 이기고 자신을 컨트롤하는 정신력이 차이점이라 콕 짚었다.

■ 김진규는 '하이레벨' 잠재력 

▲ 김진규가 1월 15일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볼을 다루고 있다
▲ 김진규가 1월 15일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볼을 다루고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과 호날두를 물으니 더 궁금했다. 세계적인 선수와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잠재력은 있지 않을까. '혹시 현재 팀에서 호날두와 흡사한 하이레벨로 갈 수 있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페레즈 감독은 주저 없이 김진규를 꼽았다.

"김진규는 그곳(하이레벨)으로 가고 있다. 2021시즌 초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선수다. 늘 10번에서 뛰었지만 내 생각은 아니었다. 난 김진규에게 미드필더가 아니라고 했다. 더 높은 레벨에서 뛰고 싶다면 미드필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규는 부산 아이파크 '성골'이다. 신라중과 개성고등학교를 거쳐 2015년에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에 입단했고 그해 데뷔전까지 치렀다. 치렀으니 재능은 출중했다. 만 24세에 K리그 127경기를 뛰었다는 걸 짚어보면 타고난 재능이다.

K리그 100경기를 넘게 뛰었지만, 포르투갈 감독 눈에 완벽한 선수가 아니었다. 10번 자리에만 머물며 뛰었고 무언가 현대 축구와 어긋났다. 페레즈 감독은 "자질은 충분하지만, 더 보완해야 할 선수"라며 첫 만남을 돌아봤다.

앞선 호날두처럼 기술적인 부분은 필요하지 않았다. 허리에서 팀을 위해 어떻게 뛰고 생각해야 할지 심어야 했다. 페레즈 감독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박스-투-박스 본능을 입힌다면 완전한 미드필더가 될 거로 확신했다. 

김진규에게 "미드필더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조언했다. 김진규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며 고민했고 훈련장에서 보여줬다. 페레즈 감독이 "호날두처럼 최고 선수는 힌트를 주면 스스로 찾는다"던 말과 일맥상통. 주저 없이 김진규를 지목했던 이유다.

"김진규는 이제 볼을 빼앗기면 다시 공격적으로 압박한다.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생각을 바꿨고 실천했다. 내가 김진규에게 패스하는 법을 가르쳐줬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미드필더로서 어떻게 뛰어야 하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줬을 뿐."

2022시즌 맹활약은 1월 A대표팀 터키 전지훈련에 소집으로 이어졌다.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더니, 몰도바 골망까지 흔들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5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8차전 명단에 포함됐다.

물론 황인범, 정우영, 이재성 등 쟁쟁한 해외파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페레즈 감독은 '하이레벨 정신력'을 보유했고 분명 크게 될 선수로 확신했다.

실제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진규를 꼭 언급하며 비교했다. "김진규의 재능과 자질을 본다면 충분하다. 지금처럼 좋은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하이레벨로 갈 수 있다. 잠재력이 크다. 이제 A대표팀에서 도전하고 적응한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라는 말에서 강한 믿음과 자신이 있었다.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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