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런즈웨이(오른쪽)가 9일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선 도중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런즈웨이(오른쪽)가 9일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선 도중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중국 선수가 실격당하는 것을 보고 느꼈어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초반을 뜨겁게 달군 중국 텃세가 잠시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쇼트트랙에서 잇따라 나온 편파판정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자 개최국 중국이 조금은 몸을 사리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와 여자 1000m, 여자 3000m 계주 경기가 열린 9일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 이날 최대 관심사는 역시 중국의 홈 텃세였다. 앞서 7일 경기에서 한국은 물론 헝가리 등 몇몇 나라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패를 당하고, 반대로 중국 선수들이 혜택을 보면서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오후 이기흥 회장 주도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얀 다이크마 회장과 화상으로 만나 최근 벌어진 사태를 놓고 항의의 뜻을 전했다. 또, 이러한 사실을 접한 헝가리체육회 수장이 쇼트트랙 경기를 응원하러 온 이기흥 회장을 직접 찾는 일도 있었다. 양측은 오심 재발 방지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여러 외신이 주목한 이날의 쇼트트랙 경기. 다행히 우려하던 사태는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만을 위한 편파판정은 나오지 않았고, 모두가 수긍할 만한 비디오판독이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도 나왔다. 중국 선수의 실격이었다. 1500m 준결선에서 이번 대회 2관왕(남자 1000m·혼성 계주) 런즈웨이가 실격됐다. 사유는 상대 선수의 주로 방해. 런즈웨이는 이날 레이스 도중 박장혁이 인코스로 추월하자 두 손을 번쩍 드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본인이 비디오판독을 통해 반칙으로 결선행 티켓을 만져보지도 못했다.

이러한 빙판 위의 흐름 변화는 선수들도 잘 느끼는 분위기였다. 1500m 결선 후 만난 이준서는 “오늘 판정은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다. 공정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특히 런즈웨이가 준결선에서 실격당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박장혁 역시 “솔직히 내게 페널티 판정이 주어졌으면 장비를 집어던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이날만큼은 판정이 그릇되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날 하루만을 놓고 중국의 고자세가 달라졌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빙판 안팎의 분위기가 조금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움직임이 대회 막판까지 이어지게 될까. 중국의 최대 라이벌 한국으로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베이징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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