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이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그냥 독을 더 품고 (선두에서) 끌고 나가겠구나 싶었어요."

'부당한 판정'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강원도청)을 두고 중계석에서 '해설위원' 지격으로 바라봤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정수의 감정은 남달랐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09초219로 금빛 질주에 성공했다. 1000m에서 중국에 유리한 판정으로 완벽한 레인 변경을 하고도 페널티를 받았던 황대헌에게는 마치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찾는 것과 같았다. 

밴쿠버 1500m 결선에서 2분17초611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정수는 그저 황대헌이 자랑스러운 뿐이었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저도 밴쿠버 이후 12년 동안 올림픽에 도전했다. (황대헌이) 같이 대표 선발전 치르면서 올림픽에 가자고 했었다. 베이징에서 '정수 형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하더니 그 약속을 지켰다. 선배로서 뿌듯하고 황대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날 결선은 이례적으로 무려 10명이나 레이스를 펼쳤다. 통산 6~7명인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이정수는 "올림픽에서 10명이 타는 것은 최초다. 밴쿠버에서의 7명도 많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 후 황대헌은 상대가 추격하지 못하게 맨 앞에서 차이를 벌리는 것을 택했다고 고백했다. 이정수도 "빙질도 그렇고 많이 부담됐을 것이다. 경기 전 계획을 세운 것 같다. 절대 뒤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을 끌고 가려고 한 것 같다"라며 특유의 승리욕이 발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 이정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 이정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1000m 실격은 분명 자극제였다. 8일 훈련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얼마나 더 깔끔하게 타야 하는가"라며 반문한 바 있다. 그는 "어이없었던 실격을 전 세계인이 봤을 것이다. 황대헌이 9바퀴째부터 선두로 나왔는데 뒤쪽 선수는 추월하고 싶어도 못 한다. 황대헌이 (속도를 더) 올리면 (앞으로) 보내주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아픔과 분노가 빙판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표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도 최소 5바퀴 이상을 선두로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정수도 "저도 그런 경기 운영 스타일이 힘들다는 것을 안다. 황대헌은 이런 방식으로 하지 않는다. 그저 국민들께 (한국 쇼트트랙의) 매운맛이 무엇인지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걸그룹) 블랙핑크 제니에게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 200%~300% 올라서서 계주도 잘하리라 본다"라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 레이스였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한'이 서린 정신도 장점이었다. 실격으로 타격을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이정수는 "정신력이 약한 선수는 타격을 받는다. 외국은 심리치료사가 다 있지만, 한국은 활성화 되지 않았다"라며 "한국인은 세계에서 정신력이 가장 강한 것 같다. 제가 아는 우리 선수들은 무슨 상황이 있어도 항상 밝게 웃고 나쁜 일에 대해서는 흘려보낸다. (실격 이후) 그냥 더 독을 품고 끌고 나가겠구나. (상대에게) '다 죽었구나'하는 마음으로 할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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