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저하게 중국 사회와 차단되며 치러지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어딜 가나 개인 정보를 요구 받는다. ⓒ연합뉴스
▲ 철저하게 중국 사회와 차단되며 치러지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어딜 가나 개인 정보를 요구 받는다. ⓒ연합뉴스
▲ 철저하게 중국 사회와 차단되며 치러지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어딜 가나 개인 정보를 요구 받는다. ⓒ연합뉴스
▲ 철저하게 중국 사회와 차단되며 치러지고 있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어딜 가나 개인 정보를 요구 받는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생활 문화를 바꿔 놓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스스로 조심해도 확진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세계 스포츠계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지난해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을 치렀고 올해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거치고 있습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중국 정부 시책에 충실, 코로나19 확산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임원, 취재진 등 모든 관계자에게 '폐쇄 루프'를 적용했습니다. 경기장이나 훈련장과 숙소, 메인미디어센터(MMC) 외에는 어디든 가지 말라는 겁니다. 

이는 일본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일본은 폐쇄 대신 개방하며 자율형 봉쇄를 택했죠. 구성원이 숙소에 있으면서도 외부 세계와 접촉이 용이하게 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사회가 올림픽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 분위기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180도 다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안에 우리를 가뒀다'라고 할 정도로 관계자들은 동물원의 동물과도 같습니다. 철창 밖에서 또는 이동하는 셔틀버스 안에서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는 베이징 시민들을 바라보는 겁니다. 중국 당국이 '올림픽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론으로 이어집니다.  

대신 감시는 철저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입니다. 취재진의 기준으로 볼까요. 숙소에서 취재를 위해 경기장으로 출발하려면 AD카드 인식기에 신분을 확인합니다. 국내라면 이 확인으로 끝나지만, 옆에 노트에 방 호수, 이름, 출발 시각을 적어야 합니다. 방키 하나면 확인 가능한데 무용지물입니다. 

밖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지만, 거쳐야 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검색대입니다. 이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들을 보면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보안 검색 한 번이면 되는데 중국은 다릅니다. 짐을 검색대에 넣고 엑스레이를 통과하면 두 명의 경비원이 몸을 샅샅이 수색합니다. 한번은 상의 주머니에서 볼펜이 나왔는데 "왜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무슨 의도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과정을 거친 뒤에야 버스에 오르면 메인미디어센터(MMC)에 도착합니다. 보통이면 MMC 안에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일하거나 바로 경기장으로 떠나는 버스에 탑승하거나 인근 경기장은 걸어서 이동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취재를 위해 꼭 받으라고 해놓은 '마이 2022' 애플리케이션의 버스 시각표는 무용지물입니다. 정시에 오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고 그야말로 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외신에서 대회 직전부터 개인 정보를 자세히 입력해야 하는 마이 2022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고 '핸드폰을 새로 만들어 가지고 가라'는 지침까지 만들었죠. 불신만 더 키웁니다. 

경기장에 도착하고서도 사정에 따라 또 이동이 생기는데 바로 1분 거리, 옆 건물에 연습장이 있는데 갈 수가 없습니다. 굳이 미니 카트를 타고 가야 하는 불편이 이어집니다.

폐쇄 루프라며 쳐놓은 펜스를 단 10cm라도 넘으면 경비원의 강한 수비가 뒤따릅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의 개회식 생중계 리포트 도중 완장을 찬 사람이 등장해 막은 것은 카메라가 있건 없건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보면 되는거죠. 
  
융통성이라고는 1도 없는 일처리입니다. 오히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그래도 따뜻하게 관계자들을 맞이했던 기억은 14년이 지난 현재 하늘 높이 사라졌습니다. '스포츠'를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최소 걷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니 기막힐 노릇이죠. 보통 해외 스포츠 이벤트 출장을 나오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취재를 하니 하루 평균 2만보 걷기는 일상인데 기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중국입니다. 지난 일주일 평균 7천보도 걷지 못했습니다. 

경기장에서는 무심결에 일하는 공간인 베뉴미디어센터(VMC)와 경기장 안을 오가는데 알고 보니 이 출입 과정에서 비대면으로 체온만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굴 모습이 그대로 갈무리, 기록에 남는 것을 베이징 입성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위한 장치라고는 하지만 '동의 없는' 무단 수집인 겁니다. 

일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면 그대로 방으로 향하지 않고 비대면 체온 측정계와 마주합니다. 국내에서 보던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차이는 얼굴을 또 '스틸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는 겁니다. 엄연히 개인정보 수집에 문제가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후 또 숙소 도착 시간과 이름, 방 호수를 남깁니다. 국내라면 법적으로 최초 정보 수집 2주 이후 폐기인데 중국은 이렇게 남긴 정보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를 않습니다. 그저 '보안 사항'이라고만 합니다.  

같은 숙소에 거주하는 슬로베니아 국적 매체 기자는 "이렇게 내 정보를 다 주는 것이 말이 안된다"라며 통탄합니다. 하룻 동안 여기저기에 정말 많은 개인 정보를 흘리고 다니는 올림픽입니다. 귀국하면 정말 가입된 모든 인터넷 사이트나 핸드폰 비밀번호부터 싹 바꿔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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