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두 번의 우승을 꿈꾸고 있는 SSG 최지훈 ⓒSSG랜더스
▲ 2022년 두 번의 우승을 꿈꾸고 있는 SSG 최지훈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타율 0.262, OPS(출루율+장타율) 0.704의 성적은 리그 전체로 봤을 때 그렇게 인상적인 숫자는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도루 26개와, 리그 정상급의 중견수 수비력을 더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여기에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실망은 기대로 바뀐다.

이 묘사의 주인공은 SSG 외야수 최지훈(25)이다. 최지훈도 “기록을 딱딱 놓고 보면, 리그 전체로 봤을 때 아쉬운 기록이기는 하다”고 인정하면서도 2021년 시즌을 ‘실패’로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최지훈은 “내 자신에게는 하려는 방향이 맞았으니까요”라고 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선수가 되자’는 자신과 약속은 어느 정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20년 SSG의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지훈은 프로 첫 두 번의 시즌에서 나름 굵직한 임팩트를 남겼다. 최지훈의 말대로 공격 성적이 화려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악바리와 같은 근성, 화려한 수비, 그리고 빠른 발로 이제는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했다. 기록 이상의 공헌도가 있는 선수였다. 구단도 인정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억대 연봉(1억5000만 원)에도 진입했다. 

리드오프형 스타일의 선수치고는 출루율이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이 부분도 개선을 이뤄냈다. 최지훈은 “매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덜 힘들 수 있을까’라는 연구를 하는 것 같다. 재작년에는 멋몰랐던 첫해이기도 하고, 처음으로 프로 경기에 나가는 선수였다. 경기에 내보내주시니까 정신없이 뛰는 느낌이었다”면서 “그래도 지난해는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았다. 중간에 조금 쉰 기간(올림픽 브레이크)이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지훈의 말대로 성적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측면에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건 수확이다. “매년 더 나아지는 선수가 되겠다”는 작은 것 같으면서도 큰 목표는 지키고 있는 셈이다. 최지훈은 “재작년 시즌 끝나고 ‘정말 조금이라도 수치가 작년보다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작년에 그 목표는 이뤘다”면서 “올해도 마찬가지다. 작년보다는 수치든 경기수든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얼마나 큰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는지를 이제는 안다.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했다.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최지훈은 “매 순간에 집중을 했다”고 설명한다. 너무 어렵게 시즌 전체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신 한 경기, 한 타석, 한 이닝, 혹은 공 하나를 쪼개서 생각을 했다. 최지훈은 “캠프 기간과 비시즌 동안 준비하고 생각했던 것을 발휘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좋다. 캠프에서는 최지훈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더 잘 치고, 더 잘 뛰고, 더 잘 잡는다. 타구가 더 날카로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최지훈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년과 달라진 것이 있으니 감독님이나 코치님도 그러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시즌 때 빠졌던 체중이나 근육량이 많이 올라왔다. 그러다보니 캠프 기간 동안 타구에 힘도 잘 실리는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몸 상태, 밸런스, 체중이 모두 이상적인 것 같다. 생각했던 대로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철저한 준비 태세를 대변했다.

이처럼 순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최지훈은 특별한 시즌 목표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는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생각나지는 않을까. 최지훈은 입단 3년차 이하 선수로 올해 자격이 된다. 그런데 류중일 대표팀 감독 및 기술위원회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외야다. 이정후(키움)라는 확실한 외야의 기둥이 있기는 하지만, 더 많은 외야수가 필요하다. 

최지훈은 인터뷰 막바지에 나온 이 질문에 특별한 대답이 없이 그냥 웃음을 터뜨렸다. 류 감독의 인터뷰를 알고 있는 듯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했다. 대신 마지막 답변으로 모든 각오를 증명했다. 그는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 올해 우승을 두 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껄껄 웃었다. 최지훈의 마음속에는 분명 그 두 번의 하이라이트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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