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한 1군 선수로서의 도약을 노리는 SSG 최항 ⓒ곽혜미 기자
▲ 확실한 1군 선수로서의 도약을 노리는 SSG 최항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처음에는 KBO리그 예비 전설인 형, 최정의 이름과 함께 따라다녔다. 자신도 1군에서 뛸 만한 충분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뒤에도 이상하게 굴레가 많았다. 

최항(28·SSG)은 타격이 좋은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타격 메커니즘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1군 무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확실한 자리가 없었다. 3루에서 뛰다, 3루에 확실한 주전이 있으니 2루로 옮겼다. 2루에 또 누군가가 들어오자 이번에는 1루에 갔다. 그렇게 최항은 뭔가가 애매한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과를 내려면 뛰어야 하는 건 맞는데, 너무 ‘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항도 고민이 많은 듯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게 자신의 위치를 말하고 있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뭔가 똑부러지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애매한 철학 속에 최항은 오랜 시간을 갇혀 있었다. 매년 멀티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으지만, 정작 시즌에서 뭔가의 계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그 다음 해 또 멀티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다가, 역시 끝은 다르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최항은 “도돌이표 같다”고 했다.

결국 확실한 자신의 색깔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정리하는 최항이다. 최항은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야 경기에 뛸 수 있을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돌아봤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대개 그렇듯, 최항도 1군에 붙어 있고 싶었다. 그래서 3루를 보고, 2루도 보고, 1루도 봤다. 

하지만 그렇게 경기 수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정작 자기 것이 정립될 시기를 놓쳤다는 반성이다. 최항은 “노력을 많이 했지만, 조금은 내가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곳저곳 쓰는 선수가 아니라, 코칭스태프가 반드시 써야 할 선수가 될 정도로 확실하게 성장하고 싶다는 독한 마음을 품었다. 전자와 후자의 출전 경기 수는 같을 수 있어도, 어감은 분명히 다르다.

최항은 “팀에도 보탬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이제 확실하게 내 것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동안 뭔가 조금 조금씩 보여주고, 포지션도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팀에 보탬이 되면서 뛸 수 있는 것들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 시기가 아닌 것이다”면서 “이제는 나를 갖추고, 어디다 쓰게끔 내가 준비가 되어야 있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으면 어디든 쓸 것이다. 결국에 내가 쓰임을 받을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발전해야 한다. 최항은 자신의 감독이라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봤다면서 “수비면 수비, 타격이면 타격이라 둘 중 하나라도 자기 것이 정립이 되어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기대하는 타격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높여야 한다. 주위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나도 내 색깔을 입혀보려고 한다. 캠프 안에서 조금 느껴나가는데 뭔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최항은 변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결국 스스로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변명 하나 할 것 없다. 나만 준비가 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런 기회를 만들어보겠다. 내가 할 것을 준비하겠다. 타격도 그렇고 수비도 그렇고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정립시켜 놓겠다”고 다짐했다. 도돌이표에서 벗어나고 싶은 최항의 의지가 잠재력을 깨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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