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 재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정범은 주전 좌익수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곽혜미 기자
▲ 타격 재질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정범은 주전 좌익수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SSG 외야수 이정범(24)은 지난해 2월 1군 제주 캠프가 아닌 2군 속초 캠프에 있었다. 그러나 좌절하는 눈치는 하나도 없었다. 이정범은 자신이 준비를 잘하고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 했다.

1군에 가서 추신수(40)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다고도 눈빛을 반짝였다. 같은 좌타에 코너 외야수였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타격의 길을 이미 성공적으로 지나온 선배이기도 했다. 그러려면 1군에 가야 했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2021년 개인 경력에서는 잊지 못할 1군 데뷔를 했다.

19경기 출전, 그리고 타율 0.254의 성적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팬들은 이정범의 이름을 깊게 새긴 한 해였다. 치는 게 예뻤다. 과감한 스윙으로 상대 외국인 에이스(닉 킹험·데이비드 뷰캐넌)들을 상대로 홈런을 쳤다. 때로는 정교한 배팅으로 2루타를 곧잘 만들어내기도 했다. OPS(출루율+장타율)형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시즌이었다. 

이정범은 1군 데뷔 자체가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쉬운 게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수비에서 실수가 몇 차례 있었다. 실수를 해도 주눅들지 말자는 마음가짐이 있기는 했는데, 막상 지금 생각해보니 주눅도 많이 들고, 긴장도 많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타격에서도 하다 보니 힘이 떨어지고, 그러다보니 배트스피드도 떨어졌다. 특정 코스의 약점도 있었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닌데, 홈런이 몰아 나오다보니 순간적으로 착각을 하기도 했다. 홈런을 치려고 하니 스윙이 커지고 타이밍이 늦었다”고 반성했다.

하지만 1군의 벽이 못 뚫을 정도로 단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했다. 2021년의 최대 소득이었다. 이정범은 “내가 매일 생각했던 것과 비슷했다. (2군 투수들에 비해) 공에 힘이 더 있고, 치기 힘든 투수들도 몇몇 있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과 비슷했다”면서 “초구부터 치려고 하니까 볼에도 손이 많이 나갔다. 하던 대로 하면 볼을 더 골라낼 수 있고, 출루율이 더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초구 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상황에 맞춰서 했어야 했다”면서 교훈을 새겼다.

개인 첫 1군 캠프는 그런 점의 보완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 이정범은 비시즌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을 더 높였다. 생각도 다시 정비했다. 이정범은 “코스를 정해두고, 그 코스만 치려고 한다. 2루타를 많이 치고 싶은 목표는 같고, 출루율을 더 높이고 싶다”면서 “조동화 코치님과 수비 연습을 하면서 더 여유가 생겼다. 스타트하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코치님들도 ‘많이 안정됐다’고 칭찬해주시고 송구도 많이 좋아졌다”고 설렘을 숨기지 않았다.

기회는 왔다. 주전 좌익수를 놓고 경쟁한다. 김원형 SSG 감독은 “자기만의 확실한 타격 주관이 있다. 타격 소질은 확실히 있는 선수”라고 주목한다. 이정범도 본능적으로 기회가 다가왔다는 것을 안다. 그 또한 “태곤이형도 있고 다른 좋은 형들도 많은데 경쟁을 하고 있다. 감독님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올해가 나한테는 기회다. 어쩌면 제일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인터뷰 말미에 “속초에서 했던 이야기처럼 추신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은 다 물어봤나”라고 물었을 때, 이정범은 “말을 못 걸겠더라”고 수줍게 웃었다. 그래서 더 1군에 욕심이 난다. 이정범은 “올해 1군에 있으면 용기를 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서 “처음에 주전 안 될 수도 있고, 될 수도 있지만 안 되더라도 기회는 한 번 더 올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2군에 내려가지 않는 게 올해의 가장 큰 목표다. 백업이라도 계속 1군에 붙어있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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