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해, 고봉준 기자] “저와 박정태, 공필성 등 젊은 선수들이 갓 구운 빵과 과자를 잔뜩 받았죠.”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눈치였다.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훈련 시설과 시스템. 긴 세월을 거쳐 다시 친정팀 유니폼을 입은 롯데 자이언츠 전준호(53) 2군 작전코치가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이유다.
롯데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3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전 코치는 “이곳은 훈련 여건이 정말 잘 갖춰져 있다. 우선 돔구장(자이언츠돔)이 가장 만족스럽고, 트레이닝장과 숙소도 좋다. 또, 날씨도 따뜻해 훈련하기가 수월하다”며 웃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건너온 전 코치는 1990년대 롯데야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1991년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은 뒤 정교한 방망이와 빠른 발, 날렵한 수비를 앞세워 곧장 리드오프로 올라섰고, 1996년까지 주전 외야수로 뛰며 롯데야구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1997년 4월 현대 유니콘스로 트레이드되며 롯데와 연이 끊어진 전 코치. 이후 2009년 우리 히어로즈에서 은퇴한 뒤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에서 코치를 역임하면서 롯데를 적으로 뒀지만, 올 시즌 2군 작전코치로 부임하며 친정으로 복귀하게 됐다.
전 코치는 “친정으로 돌아와 너무 좋다”며 활짝 미소를 짓고는 “롯데 유니폼은 꼭 한 번은 다시 입고 싶었다.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과거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배로서 후배들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 코치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2군 선수들의 훈련을 도맡고 있다. 특히 과거의 자신처럼 공격 선봉을 책임질 수 있는 리드오프를 발굴하는 일이 우선 목표다.
전 코치는 “오전에는 1군 선수들, 오후에는 2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면서 “몇몇 선수들이 인상적이더라. 특히 래리 서튼 감독님이 추구하는 기동력 야구와 맞춰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 보인다. 결국에는 이렇게 자질 있는 선수들을 잘 키우고, 또 이들이 경기에서 어떻게 자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추억도 잠시 떠올렸다. 전 코치가 롯데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는 상동구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2007년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이후 NC 2군 작전코치 시절 상동구장을 여러 번 찾긴 했지만, 안방으로 이곳을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동구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있는 전 코치는 “훈련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돔구장이 가장 만족스럽고, 트레이닝장과 숙소도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1990년대에는 상동구장이 없었다. 대신 젊은 선수들이 야간훈련을 하기 위해 찾은 곳이 양산의 롯데제과 공장이었다. 공장 내부 조그마한 실내 게이지에서 타격훈련을 했다”면서 “그런데 그곳이 과자를 만드는 공장이다 보니까 롯데제과 공장장님이 빵과 과자를 잔뜩 주시곤 했다. 나를 비롯해 박정태와 공필성 등 당시 젊은 선수들이 포장도 되지 않은 갓 구운 빵과 과자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전 코치는 끝으로 “1군과 2군 사이의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 1군 선수단은 모든 경기가 전쟁인 만큼 2군에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감독님이 필요로 하는 옵션을 많이 제시하려고 한다. 그만큼 짜임새 있게 준비해서 감독님이 선택하기 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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