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야 수비에 있어서는 최정상급 평가를 받고 있는 SSG 최상민 ⓒSSG랜더스
▲ 외야 수비에 있어서는 최정상급 평가를 받고 있는 SSG 최상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좌투좌타 외야수인 최상민(23·SSG)은 1월 중순,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다. 휴대전화를 본 최상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방에는 1군 선수들의 이름이 잔뜩 모여 있었다. 

최상민은 “처음에는 잘못 초대됐나 싶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단톡방 이름에 선배님들 이름이 잔뜩 있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조금 지나서야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1군 캠프 일정과 합류하기 전 전달 사항이 공지됐다. 최상민은 “상황을 판단하고 ‘아, 내가 1군 캠프에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캠프 합류를 예상했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고 했다.

사실 우여곡절이 있었던 선수다. 북일고 시절 아마추어에서는 꽤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다. 상위 라운드까지는 아니어도, 지명은 유력했던 선수였다. 수비도 잘하고, 발도 빠르고, 공격도 나쁘지 않았던 선수였다. 최상민도 기대를 가지고 지명장에 갔다. 그러나 10라운드, 전체 100명의 드래프트가 끝날 때까지 최상민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어린 선수에게는 큰 좌절이었다.

최상민은 “처음에는 드래프트가 끝나고,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었다. ‘지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되겠지 되겠지’ 했는데 끝까지 안 됐다”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고 그랬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고 보니까 대학에 가는 것보다는 프로에 가서 배우는 게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SSG의 육성선수 제안을 받아들인 배경을 설명했다.

퓨처스리그(2군)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장점을 가진 선수였다. 우선 수비력에서 자타공인 인정을 받았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배경이다. SSG는 수비 위주의 백업 멤버가 될 수 있는 두 명의 선수(내야수 최경모·외야수 최상민)를 전격적으로 1군 캠프에 합류시켰다. 기대는 캠프를 거치며 더 커졌다. 김원형 SSG 감독은 “두 선수 모두 수비에서는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민도 수비에 중점을 뒀다. 그는 “1군 코칭스태프에서는 내가 일단 수비에 강점이 있고, 공을 잘 던지고 발이 빠르다고 알고 계시더라. 수비 쪽에 확고한 믿음을 심을 수 있도록 하려고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부족한 게 있어서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비와 주루 평가는 ‘극찬’에 가깝다.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강민의 어린 시절을 아는 조동화 SSG 코치는 “김강민은 최상민의 그 나이 때쯤 만세도 부르고 그랬다”고 웃으면서 “같은 나이 때의 수비만 놓고 보면 김강민보다 최상민이 낫다. 기본적인 수비력이 좋고, 여기에 어깨도 좋다. 외야에서의 송구 정확도는 최지훈보다 나은 점이 있다. 외야 세 포지션을 다 볼 수 있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아직 다듬어야 하지만 기초적인 발도 빠르다. 

김원형 감독도 “외야 백업 1번이 있다면, 2번은 무조건 수비다. 장기적으로 김강민이 팀에서 나갔을 때, 수비에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가 생각을 했다. 작년 시즌 때도 최상민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직 타격은 부족하다는 평가지만 수비가 되고, 발이 빠른 선수는 백업으로라도 1군 엔트리에 들어가기 쉽다.

타격 재질도 나쁘지 않다. 이진영 타격코치는 “아직 자기 것이 있는 선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캠프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향후 성장세를 기대했다. 최상민은 일단 수비부터 팀 최고로 공인받는다는 각오다. 

최상민은 “일단 수비를 믿어주시니 그걸 경기 때 보여드리는 게 우선이다. 아직 코칭스태프께서 내 경기를 보신 적이 없다. 주루적인 부분에서도 ‘경기에서 통하는구나’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김강민 최지훈 등) 좋은 수비수들이 많아 자극도 되는데 배운다는 자세로 들어간다. 많이 물어보려고 하고, 배우려고 한다. 그래도 내가 수비에서는 ‘톱’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김강민 선배님의 자리를 이어 받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인천의 중원을 지킬 새로운 선수가 좋은 평가 속에 본격적인 전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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