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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만우절 거짓말이었더라면…” 먼저 떠난 친구에게, 이제야 부치는 편지

작성일: 2022.04.02 07:05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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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일, 3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동은. 율하초와 경상중, 대구고를 거친 김동은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과 고양, kt에서 뛰며 동료들과 많은 추억을 남겼다. ⓒkt 위즈
▲ 지난해 12월 1일, 3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동은. 율하초와 경상중, 대구고를 거친 김동은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과 고양, kt에서 뛰며 동료들과 많은 추억을 남겼다. ⓒkt 위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정확히 넉 달이 지났네요. 오늘(4월 1일) 같은 만우절 거짓말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친구는 아직도, 지난해 12월 1일 그날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무심코 잠결에서 깬 뒤 확인한 문자 하나. 정신을 몇 번이고 차리고 봐도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누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확인해보니 익숙한 이름이 있더라고요. 부고 문자였습니다.”

부고 문자 속 이름 석 자는 김동은이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와 고양 원더스, kt 위즈에서 김선민이라는 이름으로 뛰었던 바로 그 내야수였다.

2017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해 인천 송도에서 유소년아카데미를 운영하던 김동은은 지난해 12월 1일 자정 무렵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본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그대로 표지판 기둥을 들이받는 대형 교통사고였다.

김동은과 kt에서 동고동락하며 가장 가깝게 지냈던 김재윤(32)은 이튿날 아침 왜인지 모르게 눈이 일찍 떠졌다. 그리고는 평소 습관대로 스마트폰을 열었고, 믿기지 않는 문자를 멍하니 쳐다봐야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김재윤은 곧장 김동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락 두절. 다시 김동은의 아내에게 연락을 취했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절친했던 친구가 교통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였다.

그날 이후 넉 달이 지난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김재윤은 어렵게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쉽지 않았지만, 친구와 추억을 떠올리며 그간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뜻을 담아 올 시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어렵사리 속마음을 꺼냈다.

▲ 1990년생 동갑내기로 친하게 지냈던 故 김동은과 이재학, 김재윤(왼쪽부터). ⓒ김재윤 제공
▲ 1990년생 동갑내기로 친하게 지냈던 故 김동은과 이재학, 김재윤(왼쪽부터). ⓒ김재윤 제공

김재윤은 “동은이는 2014년 말 처음 만났다. 그전까지는 알던 사이가 아니었는데 내가 이때 kt로 데뷔하고, 동은이가 비슷한 시기 고양에서 kt로 오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동갑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붙임성이 좋고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는 친구라 금방 친해지게 됐다”고 첫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당시 한솥밥을 먹던 김병희와 황석호 그리고 나와 동은이까지 이렇게 동갑내기들끼리 가깝게 지냈다. 다들 출신은 달랐지만,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 또, 대구 출신인 동은이를 통해서 이재학 같은 다른 동갑 친구들도 알게 됐고, 그러면서 1990년생들끼리 자주 모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동은과 김재윤은 걸어온 길이 크게 달랐다. 김동은은 율하초와 경상중, 대구고까지 고향 대구에서만 학교를 다녔고, 김재윤은 도곡초와 휘문중, 휘문고를 거친 서울 토박이였다.

프로 데뷔도 차이가 났다. 김동은은 2010년 삼성 육성선수 신분으로 입단한 반면, 김재윤은 고교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로 진출했다가 201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어렵게 kt 유니폼을 입었다.

김재윤은 “동은이는 누구나 좋아하는 선수였다. 워낙 재치도 있고, 장난기도 많아서 동료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또,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착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 키(174㎝)는 크지 않았지만, 재능이 있고 노력도 많이 해서 친구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구와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동은이 2017년을 끝으로 방출되면서 더는 함께할 수 없었다. 특히 당시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이름도 김선민에서 김동은으로 바꾼 터라 아쉬움이 컸다.

▲ kt에서 함께 활약했던 故 김동은(왼쪽)과 김재윤.
▲ kt에서 함께 활약했던 故 김동은(왼쪽)과 김재윤.

이렇게 현역 유니폼을 벗은 김동은은 인천 송도에서 유소년아카데미를 열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재윤 역시 자주 이곳을 방문해 친구를 도왔다. 비록 몸은 떨어졌지만, 우정과 의리는 계속됐다.

이후 둘은 각자의 삶을 바삐 살았다. 김동은은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한편, 지난해 1월 가정을 꾸리면서 인생의 폭을 넓혔다. 김재윤 역시 그 사이 kt 붙박이 마무리로 자리매김한 뒤 지난해 통합우승과 결혼이라는 목표를 함께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일. 둘은 인사도 없이 영영 헤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절친한 벗의 죽음. 특히 마음 편히 친구를 보낼 수 없었다는 사실이 김재윤을 더욱 아프게 했다.

“사실 제 결혼식 예정일이 12월 4일이었습니다. 정확히 사흘을 앞두고 동은이가 떠났어요. 그날 아침 문자를 받고 당장 달려가려고 했지만, 주위 몇몇 분들이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문은 결혼식이 끝나고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이죠.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흘 내내 빈소를 지켜도 모자라는데 친구 곁에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이…. 결국 결혼식 당일 저녁 빈소를 찾았고, 그제야 친구들과 아픔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일이 아직도 동은이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친구가 떠나는 길, 마음의 빚을 진 김재윤은 이후 몇 차례나 납골당을 찾았다.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면서 뒤늦게나마 말벗이 돼주었다.

그렇다면 김재윤은 먼저 하늘나라로 향한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사실 아직도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동은이와 나눈 대화가 남아있습니다. 거기에는 동은이가 그대로 있는데…. 아직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저 동은이가 보고 싶다는,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네요.”

◆故 김동은은...
▲생년월일=1990년 11월 13일 ▲신체조건=신장 174㎝·체중 75㎏ ▲출신교=율하초~경상중~대구고 ▲포지션=내야수(우투우타) ▲경력=삼성(2010~2011년), 고양(2014년), kt(2014~2017년) ▲통산기록=55경기 타율 0.306(85타수 26안타) 5타점 9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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