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양효진 ⓒ곽혜미 기자
▲ 현대건설 양효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남동, 김민경 기자] "지금도 체육관에 들어서면 신입일 때 느낌이 있거든요. 그걸 쉽게 놓을 수는 없었어요."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 최고의 별로 뽑힌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33)은 이달 초 뜻밖의 FA 계약 결과로 주목받았다. 현대건설과 3년 총액 15억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으로 잔류한 것. 지난 시즌 7억원을 받는 등 줄곧 연봉퀸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그가 MVP 시즌에 2억원 삭감된 금액에 사인했으니 논란이 생길 만했다. 

현대건설 팀 사정이 반영된 결과였다. 현대건설은 이번 FA 시장에 양효진을 비롯해 고예림, 이나연, 김주하 등 잡아야 할 선수가 4명이나 됐다. 양효진의 몸값을 챙겨주면 팀 샐러리캡(23억원)에 걸려 FA 4명 가운데 누군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웃기 위해서는 양효진의 희생이 불가피했고, 고심 끝에 양효진은 희생을 받아들였다. 

양효진은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로 선정된 뒤 "FA 계약이 그렇게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 결과가 나와서 생각이 많았던 FA 기간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현대건설이 좋아서 남았다. 15년이란 너무도 긴 시간을 한 팀에 있었고, 돌이켜봐도 돈 외적으로도 어릴 때부터 이 팀에서 흘린 땀과 성취감 등을 생각했다. 지금도 체육관에 들어서면 내가 신입이었을 때 느꼈던 느낌을 받는다. 그걸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 다른 시선도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손해를 본 결정이 처음부터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양효진은 "처음에 들었을 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모든 결정은 내가 선택한 길이다. 사실 나도 사람이니까 조금은 힘들 수도 있고, 기분이 그럴 수도 있었는데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바꿔서 생각하려 노력했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양효진은 올 시즌을 빛낸 최고의 별로 인정받았다. 2014~2015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8시즌 연속 여자부 베스트7 센터 부문에 선정됐고, MVP 투표에서 31표 가운데 28표를 독식하며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2019~2020시즌 이후 개인 역대 2번째 MVP를 차지했다. 

양효진은 "이렇게 많이 득표한 줄 지금 알았다. 많은 분께서 좋게 봐주시고, 내가 노력한 것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릴 때 신인상을 놓치고 '나도 상 하나를 받아야겠다'는 그 생각으로 운동에 매진했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열심히 하고 배구에 충실하면 상을 받는 것보다 가치가 있다고 마음가짐을 바꿨다. 그랬더니 느지막이 MVP라는 큰 상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다시 동료들과 똘똘 뭉쳐 유니폼에 별 하나를 다는 게 목표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MVP를 차지한 2019~2020시즌과 2021~2022시즌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고도 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해 '우승' 타이틀은 거머쥐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28승3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던 터라 아쉬움이 더더욱 컸다. 

양효진은 "시즌을 1위로 마무리했을 때 우승 타이틀을 못 가져가는 게 가장 속상하다. 별을 달 기회를 놓치는 거니까. 그게 가장 아쉽다. 두 번 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2번째 중단 위기일 때도 '설마 이번에도 중단되겠어'라는 생각이었다. 챔피언결정전도 못 하고, 정규시즌을 마무리 못한 게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며 새로운 시즌에는 코로나19 변수 없이 별을 품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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