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징커브라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박병호(왼쪽)와 양현종 ⓒkt위즈, KIA타이거즈
▲ 에이징커브라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박병호(왼쪽)와 양현종 ⓒkt위즈,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수많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나왔지만, 관심을 모은 세트 계약이 있었으니 바로 박병호(36·kt)와 양현종(34·KIA)의 FA 계약이었다. 두 선수는 오랜 기간 KBO리그를 호령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에이징 커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들이기도 했다.

워낙 잘했던 선수들이다. 모든 지표에서 투·타 최고의 선수들이었다. 그래서 기준점이 높은 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수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선수들도 이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박병호의 조정공격생산력(wRC+)은 2018년 무려 190.9였다. 2019년 166.3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부상이 잦아진 이후인 2020년에는 115.7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106.4로 평범한 수치까지 내려왔다. 양현종의 조정평균자책점(ERA+)은 2019년 184.3였지만, 2020년에는 120.1로 떨어졌고,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너무 많이 던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두 선수는 에이징커브라는 말에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많이 던지지 않은 까닭에 팔꿈치와 어깨 상태가 좋다고 자신했다. 양현종은 “에이징커브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부정하고 싶다. 이닝을 항상 많이 던졌지만 작년에는 거의 반도 안 던졌기 때문에 팔은 충분히 쉬었다”고 했다.

박병호 또한 “나는 스스로 화가 났다. 주변에서 에이징커브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선수가 그것을 인정하고 싶겠나”고 반문하면서 반등을 다짐했다. 그리고 두 선수는 시즌 초반 그 논란이 괜한 것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현종은 시즌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불운의 영역이라 보는 게 맞는다. 25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로서의 진가를 과시하고 있고, 평균자책점은 1.44,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도 1.83에 불과하다. ERA+는 무려 238.6이다. 에이징커브이라는 단어에 시달리며 시작했지만 오히려 이 수치는 데뷔 이후 최고 수준의 출발이다.

박병호 또한 강백호가 빠진 kt의 중심타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역사적인 투고타저 시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14경기에서 OPS(출루율+장타율) 0.865로 선전하고 있다. 리그 평균과 대비하는 수치인 wRC+는 167.7로 전성기 수치를 찾아가고 있다. 홈런도 세 개를 때리는 등 장타도 시동을 걸고 있다.

두 선수의 성적은 향후 FA 계약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두 선수가 건재한 기량을 과시할 경우 “특급, S급 선수들의 유효기간은 길다”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꼭 수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을 지키며 명예롭게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선수와 구단으로서는 중요한 일이다. 증명을 향한 두 대스타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