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만 달러 전액 보장' 두산의 승부수, 개막부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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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1군에서 던질 상황이 아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한발 빠르게 조치를 취했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3)를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미란다가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6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한 뒤였다. 김 감독은 23일 LG전을 포함해 2경기 정도 미란다의 투구 내용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남은 한 경기를 더 살펴보기 전에 2군행을 통보했다.
올 시즌 선발진을 구상할 때 미란다는 상수였다. 지난해 28경기에서 14승5패, 173⅔이닝, 225탈삼진,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이 빼어나기도 했지만,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에 포크볼 조합으로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끌어내는 능력이 빼어났다. 미란다는 1984년 고(故) 최동원(롯데)이 기록한 223탈삼진 대기록을 37년 만에 깨며 대체 불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두산으로선 미란다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미란다가 지난 시즌 막바지 왼팔에 피로도가 쌓인 탓에 포스트시즌에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선수 시장이 좋지 않은데 정규시즌 MVP를 놓칠 이유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까지 미란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두산은 지난해 총액 80만 달러를 받았던 미란다에게 옵션 없이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60만 달러 등 총액 190만 달러를 모두 보장해주는 통 큰 계약 조건을 제시해 사인을 받았다.
하지만 시즌 준비 과정이 완전히 꼬였다. 미란다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 입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이슈로 한 달 정도 더 미국에서 머물러야 했다.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철저히 했다고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집중도 높게 팀과 훈련하는 것보다는 못할 수밖에 없었다.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결과는 마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시범경기부터 직구 구속이 140㎞ 초반대까지 크게 떨어졌고, 제구도 전혀 되지 않아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결국 왼쪽 어깨 통증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며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복귀 후 2경기에서 7이닝 3실점에 그쳤다. 2경기에서 볼넷 12개를 남발하며 KBO리그 역대 최고 탈삼진왕의 명성을 이어 가지 못했다.
김 감독은 미란다의 현재 몸 상태와 별개로 1군 마운드에 설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다. 그는 "본인은 안 아프다고 하는데 정상이 아니다. 퓨처스리그에서 정상적인 투구를 해야 1군에 올릴 수 있다"며 시간이 약이라는 결론을 냈다.
다행스럽게도 두산은 지금 미란다에게 시간을 줄 여유가 조금 있다. 두산은 25일 현재 11승8패로 3위에 올라 있다. 미란다가 빠진 사이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이 에이스 임무를 충실히 해내고 있고, 최원준-이영하-곽빈 등 국내 선발진이 기대 이상으로 잘 버티고 있는 덕분이다. 미란다가 빠진 자리는 유희관(은퇴)과 장원준의 뒤를 이을 왼손 에이스감으로 평가받는 최승용이 당분간 채울 예정이다.
김 감독은 "최승용이 초반에는 구속이 안 나왔는데, 이제는 나온다. 자신있게 던진다. 캠프에서도 올해는 자기 몫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최승용은 좋은 재능을 가졌고 기회도 빨리 왔다"며 지금 팀의 위기가 최승용의 기회로 바뀌길 바랐다.
미란다는 조금씩 더 쫓길 수밖에 없다. 두산으로서도 190만 달러를 모두 보장한 선수의 손을 쉽게 놓을 수는 없다. 김 감독은 "미란다는 구속이 안 나와도 경기 운영은 되는 공을 갖고 있다. 공 자체가 타자들이 치기 쉬운 공이 아니다. 까다롭다. 경기 운영만 되면 충분히 (팀과 같이) 갈 수 있다"며 퓨처스리그에서 경기 운영을 되찾아 돌아오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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