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내야수 류지혁. ⓒ곽혜미 기자
▲ KIA 내야수 류지혁.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6월 첫 맞대결이 열린 1일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 앞에서 잠시 만난 KIA 내야수 류지혁(28)은 기자의 질문을 듣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KBO리그 5월 월간 결승타 1위 소감을 물은 뒤였다.

류지혁은 지난달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전체 5개로 동료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한화 이글스 하주석을 1개 차이로 따돌렸다.

류지혁의 결승타 5개는 KIA의 5월 상승세와 궤를 같이한다. 4월까지 7위(10승14패)로 처졌던 KIA 5월 26경기에서 18승8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내며 월간 승률 1위(0.692)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5월 31일을 기준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섰다.

여기에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타자들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다. 4월 내내 부진하던 소크라테스는 5월 26경기에서 타율 0.415(106타수 44안타) 5홈런 28타점 20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또, 황대인 역시 25경기 타율 0.312(93타수 29안타) 7홈런 31타점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류지혁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4월부터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르던 류지혁은 5월에도 23경기 타율 0.324(74타수 24안타) 1홈런 10타점 17득점을 기록하면서 KIA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타 5개가 알토란과 같았다.

화려한 5월 레이스를 마친 류지혁.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기록은 전혀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류지혁은 “정말 몰랐다. 숫자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기록을 가졌는지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답했다.

5월 MVP급 활약을 펼친 류지혁은 이후에도 자신 대신 동료들 그리고 KIA와 관련한 이야기를 잔뜩 풀어나갔다. 먼저 전날 있었던 두산전 13-10 역전승을 두고는 “소름이 돋았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KIA는 3-5로 뒤진 5회초 소크라테스의 역전 우월 3점홈런과 8회 나온 황대인의 좌중월 3점홈런을 앞세워 승리를 챙기고 3위로 점프했다.

류지혁은 “이래서 팬들이 야구를 좋아하신다고 새삼 느꼈다. 돈 주고도 보지 못할 경기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근에는 정말 크게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벤치에서도 동료들과 그러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곤 한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달했다.

KIA의 상승세는 프로야구 흥행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두산과 1~2차전에선 각각 1만8194명과 2만3244명이 입장했다. 1루는 물론 3루 원정 관중석이 가득 찰 정도로 열기가 대단한 잠실벌이었다.

류지혁은 “1차전에선 경기 초반 벤치에만 있어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클리닝타임 때 잠시 그라운드로 나가보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와 계시더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KIA 내야수 류지혁. ⓒ곽혜미 기자
▲ KIA 내야수 류지혁. ⓒ곽혜미 기자

충암고를 나와 2012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류지혁은 몇 년 동안 백업 내야수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원체 탄탄한 두산 내야진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20년 6월 단행된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둥지를 옮겼다.

물론 적응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92경기 타율 0.278로 존재감을 보이더니 올 시즌에는 46경기 타율 0.321 2홈런 20타점 25득점으로 활약하면서 주전 3루수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류지혁은 “두산 내야진이 좋기는 했지만, 어차피 내 실력이 부족해서 주전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여러모로 깨달음을 얻으면서 조금은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지혁은 마지막으로 후배를 향한 애정과 조언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신인 내야수 김도영을 두고 “내가 먼저 자주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김)도영이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열심히 답해주고 있다”고 웃고는 “도영이가 나처럼 어릴 때 많이 헤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빨리 적응해서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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