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초 역전 우월 3점홈런을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뒤로는 자리를 가득 메운 KIA팬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 KIA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5회초 역전 우월 3점홈런을 때려낸 뒤 기뻐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뒤로는 자리를 가득 메운 KIA팬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열기는 그대로였다. 신바람의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야구장 안팎에선 “이제야 야구 보는 맛이 난다”는 기쁨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의 무관중 경기를 펼쳤던 KBO리그가 예년 열기를 찾아가고 있다. KBO리그 전통의 인기 구단들이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심상치 않은 열풍을 몰고 오면서다. 그러면서 프로야구의 흥행도 조금씩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31일 잠실구장에는 일찌감치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이미 사전예매분으로 1만7000석 이상의 티켓이 팔려나간 가운데 플레이볼이 가까워질수록 1루와 3루 관중석이 빠르게 메워지기 시작했다.

이날 KBO가 발표한 잠실 경기의 총관중 숫자는 1만8194명. 화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이날 잠실벌로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몰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 1차전 다음날인 1일이 전국동시지방선거 관계로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화요일 저녁이 금요일 저녁과 같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KIA의 5월 상승세다. KIA는 5월 26경기에서 18승8패(승률 0.692)라는 파죽지세의 성적을 거두면서 월간 승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6연승이 1차례, 4연승이 2차례나 있을 정도로 신바람을 탔고, 이를 앞세워 중위권에서 곧장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새 얼굴의 스타도 많이 만들어졌다. 개막 초반 부진했던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5월에만 26경기 타율 0.415(106타수 44안타) 5홈런 28타점 20득점으로 맹활약했고, 황대인 역시 25경기 타율 0.312(93타수 29안타) 7홈런 31타점 11득점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이와 함께 나성범, 류지혁 등 기존 선수들도 힘을 보태면서 상승세를 이끌었다.

▲ KIA 황대인이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초 좌중월 3점홈런을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 KIA 황대인이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8회초 좌중월 3점홈런을 터뜨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KIA의 돌풍이 잠실벌로 북상한 두산과 1차전은 5월 레이스의 정점처럼 느껴졌다. 1루 관중석보다 3루 관중석의 빈자리가 더 적게 남을 정도로 많은 KIA팬들이 자리했고, 응원전 역시 코로나19 여파 이전의 풍경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경기 내용 또한 KIA의 최근 상승세를 대변하는 듯했다. KIA는 이날 에이스 양현종이 2회말까지 5실점하는 등 난조를 보였다. 그러나 5회 김선빈과 나성범, 황대인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만회한 뒤 소크라테스가 역전 우월 3점홈런을 때려내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KIA는 6회 2점을 추가한 뒤 8회 황대인의 좌중월 3점홈런으로 쐐기를 박아 13-10으로 이겼다. 또, 이날 승리로 LG 트윈스를 4위로 끌어내리고 3위로 점프했다.

그런데 KIA의 5월 돌풍은 묘한 기시감을 들게 했다. 바로 한 달 전 있었던 롯데 자이언츠의 봄바람이다.

▲ 롯데팬들이 4월 29일 잠실 LG전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롯데팬들이 4월 29일 잠실 LG전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는 개막 후 치른 4월 레이스에서 KIA 못지않은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4경기에서 14승1무9패(승률 0.609)를 기록하고 단독선두 SSG 랜더스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

KIA와 함께 지방 인기 구단의 쌍벽을 이루는 롯데의 선전은 곧장 KBO리그의 흥행으로 돌아왔다. 정점은 역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치렀던 LG와 잠실 3연전. 롯데는 이 시리즈를 싹쓸이하면서 2위까지 점프했다.

무려 10년 만의 LG와 3연전 스윕을 챙긴 롯데는 이 기쁨을 팬들과 나눴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 이 시리즈에는 각각 1만5681명, 2만3018명, 2만513명이라는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이번 KIA-두산전처럼 원정 3루 관중석이 더 가득 메워질 만큼 롯데의 기세가 대단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롯데의 상승세가 5월 들어 한풀 꺾이자 이번에는 KIA가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흥행의 새 축을 맡았다. 그러면서 프로야구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넘쳐나게 됐다.

물론 KBO리그가 예년의 열기를 되찾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과거 800만 관중 시대로 돌아가려면,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야 하고, 또 그간 발길을 멈춘 팬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도 다양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과 5월을 합쳐 총 210만9117명의 관중이 찾아왔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4월 롯데의 봄바람으로 시작해 5월 KIA의 돌풍으로 이어진 프로야구 흥행 가도. 과연 6월 레이스에는 어떤 태풍이 야구팬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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