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잤습니다” 한기주 넘어 임창용에 도전하는 비결, 정해영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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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마무리이자 KBO리그의 미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정해영(21)은 시즌 첫 경기부터 7번째 경기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며 깔끔하게 경기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34세이브를 기록하며 KIA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은 정해영의 기세가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4월 말부터 한 차례 고비가 오기 시작했다. 팀이 치고 나가야 할 때,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임무 완수에 실패했다. 단순한 블론세이브나 패배가 아니라 선수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법했다. 4월 29일 삼성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패전을 안았고, 다음 경기인 5월 1일 삼성전에서는 ⅔이닝 4실점이라는 최악의 난조로 역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후에도 한동안은 속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평균자책점도 4~5점대로 치솟았다.
이제 3년차의 어린 나이. 중책을 맡은 정해영의 심리가 흔들릴 수도 있었던 시기였다. 정해영도 “당시에는 많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라 주위에 눈치가 보일 수도 있었고, 나쁜 기억을 빨리 털어내는 노하우도 부족할 법했다. 하지만 정해영은 특별했다. 나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냥 잊었다.
정해영은 그 비결을 묻자 “그냥 잤습니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경기를 망치고 집이나 숙소로 들어왔을 때, 다른 것의 힘을 빌리지 않고 눈을 감았다. 지나간 일에 매몰되기보다는 그냥 잠을 청했다. 미안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해영은 “아버지(정회열 동원대학교 감독)께서 ‘야구는 사이클이 있는 것이다. 안 좋을 때가 있으면 또 좋은 시기가 온다’고 격려해주셨다”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랬던 정해영은 다시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로 돌아왔다. 5월 8일 한화전에서 1이닝 2실점의 멋쩍은 세이브를 기록한 뒤 한 달 동안 단 하나의 실점도 없다. 정해영은 최근 10경기에서 1승7세이브 평균자책점 0의 완벽한 성적을 거뒀다. 11⅓이닝을 던지면서 맞은 안타는 단 3개뿐이다. 삼진은 12개를 잡아냈다. 우직하고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운 배짱 있는 피칭이 돌아왔다.
그런 정해영은 6월 2일 잠실 두산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대 최연소 50세이브를 달성했다. 팀 선배인 한기주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제 최연소 100세이브 기록에도 도전할 발판을 만들었다. 이 기록은 역시 전설적인 선수인 임창용(당시 삼성)이 가지고 있다. 임창용은 만 23세 10개월 10일에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현재 100세이브에 4개를 남긴 고우석(LG)이 이 기록을 깨지 못하면 당분간은 정해영이 도전의 유일한 후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깨도 아직 만 20세 9개월 정도인 정해영의 도전은 유효하다. 계속해서 이런 페이스를 보여준다고 가정할 때 아주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4년에는 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정해영은 이런 기록에 대해 “그냥 (이름이 거론된다는) 그 자체가 너무 영광이다”라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나는 아직 3년 차 선수”라고 선을 그었다. 스스로도 변수가 많은 연차임을 알고 있고, 그래서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겸손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지다. 정해영은 “데뷔 당시까지만 해도 단지 1군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고, 불펜으로 먼저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100세이브보다는 안 아프고 꾸준한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면, 기록은 덩달아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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