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김서현(왼쪽)과 故 최동원. ⓒ곽혜미 기자, 롯데 자이언츠
▲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김서현(왼쪽)과 故 최동원. ⓒ곽혜미 기자,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강릉, 고봉준 기자] “주위에선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어딘가 익숙한 각진 회색빛의 안경테 그리고 40년 전 추억에서 모티브를 따온 유니폼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전설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이야기이지만, 고교야구 에이스는 “그저 따라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는 말로 대선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서울고 3학년 우완투수 김서현(18)이 생애 첫 번째 태극마크를 달고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김서현은 1일 강릉고에서 열린 강릉영동대와 연습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와 2⅔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와 브래든턴에서 열리는 제30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격을 앞둔 김서현은 현지 낮경기를 대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마운드를 밟았음에도 시속 152㎞의 직구와 140㎞대 초반의 고속 체인지업 그리고 130㎞대 슬라이더를 앞세워 강릉영동대 타선을 요리했다. 1회초 자신의 송구 실책이 빌미가 돼 비자책점 1점을 내줬을 뿐. 삼진 4개를 솎아내면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부터 시속 150㎞대의 직구를 던지면서 유망주로 떠오른 김서현은 올 시즌에도 흔들리지 않는 투구를 이어가면서 프로 스카우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강속구를 뒷받침하는 제구력과 오버스로와 스리쿼터 등 다양한 투구폼으로 경기를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서현의 존재감은 이번 대표팀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다. 최재호 감독은 일찌감치 김서현과 충암고 3학년 좌완투수 윤영철을 원투펀치로 점찍은 가운데 이날 강릉영동대전에서도 김서현을 선발투수로 내보내면서 믿음을 대신했다.

▲ 김서현(앞)의 투구를 최재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서현(앞)의 투구를 최재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곽혜미 기자

학창시절을 통틀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김서현은 “훈련이 힘든 것 빼고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며 웃고는 “주위에서 부담을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또, 실력을 갖춘 친구들이 많아서 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김서현의 실전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안경도 그렇고, 유니폼도 비슷해서인지 고(故) 최동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국야구를 빛냈던 최동원처럼 김서현도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서현은 “유튜브나 과거 영상을 통해 최동원 선배님을 처음 접했다. 역동적인 투구폼과 동료들을 위해 끝까지 경기를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면서 “안 그래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올해 초 심해져서 안경을 껴야 했는데 최동원 선배님이 쓰시던 안경과 비슷한 모양이 끌리더라. 그래서 이 안경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행히 주위에선 안경이 나와 어울린다고 하더라. 또, 최동원 선배님과 많이 닮았다는 말도 자주 듣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 김서현. ⓒ곽혜미 기자
▲ 김서현. ⓒ곽혜미 기자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만화 같은 역투로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끌고, 또 KBO리그 통산 103승을 거둔 전설 최동원에게 안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당시로선 드문 안경 낀 에이스는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후에도 안경을 쓴 채 활약하는 투수가 나오면 자연스레 최동원의 이름이 언급됐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김서현과 최동원의 공통점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유니폼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6월 새로운 국가대표 유니폼을 제작했는데, 전체적인 디자인을 1982년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따왔다. 공교롭게도 최동원은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역사적인 우승을 이끌었다.

김서현은 “안 그래도 그 시절 최동원 선배님의 투구 영상을 보면서 자세를 따라 하게 됐다. 특히 발을 높게 치켜들고 와인드업하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고 웃고는 “최동원 선배님처럼 국제대회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뛰게 된 만큼 개인 성적보다는 대표팀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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