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전창민 ⓒ 김민경 기자
▲ 두산 베어스 전창민 ⓒ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무언가 끓어오르는 게 있었어요. 야구공도 아니고 소프트볼 공에 고무배트로 야구하는데도 진짜 재미있는 거예요."

우완 전창민(22)은 부천고를 졸업하고 2019년 2차 1라운드 9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까지 1군 등판 기록은 전혀 없지만, 구단은 꾸준히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주로 분류해 지켜봤다. 1~2년차 때는 전창민이 1군에 들어갈 자리가 마땅하지 않았고, 2020년 현역으로 입대했다. 

군대에서 1년 6개월을 보내면서 야구가 더 간절해졌다. 전창민은 "군대에서는 자기 전에도 공 던지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애들이랑 캐치볼을 하거나 체육대회 때 티볼을 하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게 있었다. 야구공도 아니고 소프트볼 공에 고무배트로 야구를 하는데도 정말 재미있었다. 군대에서 야구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야구가 간절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제대한 전창민은 군복을 입기 전보다 더 신발 끈을 단단히 묶었다. 그는 "군 복무를 빨리 끝내고 돌아오면서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주변에서 다들 이제는 브레이크 없이 야구를 할 수 있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신인 때는 마냥 어렸고, 또 1년 정도는 1군에 올라가기 위한 것들을 만드는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이제는 내가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정신을 무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야구를 향한 간절한 마음과 별개로 공백기를 채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공을 잡지 못한 시간만큼 티가 났다. 몸은 만들고 구속을 겨우 올렸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구가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도 김상진, 정재훈 2군 투수코치와 함께 하나씩 차근차근 교정해 나가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올해 퓨처스리그 10경기 성적은 1승2패, 37⅓이닝, 평균자책점 6.03이다. 감을 잡은 8월 이후 3경기에서는 1승, 18이닝, 평균자책점 2.00으로 결과가 좋았다. 최근 직구 구속은 최고 147㎞까지 나왔고, 변화구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 등을 활용하고 있다. 

▲ 2020년 호주 스프랭캠프에 함께했던 전창민 ⓒ 두산 베어스
▲ 2020년 호주 스프랭캠프에 함께했던 전창민 ⓒ 두산 베어스

전창민은 "복귀하고 처음에는 구속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구속이 올라왔다고 생각했을 때는 제구가 안 잡히니 미치겠더라. 지난달 4일 kt랑 퓨처스리그 경기(8이닝 무실점) 전에 조금 변화를 줬는데, 그 이후로 밸런스가 잘 잡히는 느낌이다. 직구 그립 잡는 방법에 변화를 줬고, 원래는 와인드업을 했는데 세트포지션 상태로 만들고 던지니까 흔들리지 않고 일정해진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상진 코치님께 감사한 게 밸런스를 너무 못 잡고 있을 때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주셨다. 안 되더라도 될 때까지 알려주셨다. 정재훈 코치님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신다. 내가 다리를 들고 빨리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오른 다리를 두고 왼 다리까지 (힘이) 100% 배달이 돼야 하는데, 코치님께서 '왜 자꾸 배달 사고가 나냐'고 하셨다(웃음).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말을 들은 뒤로 배달 사고가 안 나게 힘을 모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창민은 1일 확대 엔트리에 맞춰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군에서 보고가 계속 좋았다"며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입단 4년 만에 꿈을 이룬 순간, 잠실 마운드를 향한 간절한 마음은 더더욱 커졌다. 전창민은 "한 번이라도 잠실 마운드에 올라가 보고 싶었다. 1군에 등록됐으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운드에 올라가면 후회 없이 하려 한다. 언제 또 올라갈지 모르니까. 씩씩하게 내 공을 던지고 내려오고 싶다.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입단 5년 만에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아 필승조로 활약한 정철원(23)은 전창민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다. 박신지(23), 김동주(20), 최지강(21) 등 2군에서 함께 땀을 흘렸던 선수들과 함께할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전창민은 "(정)철원이 형은 2군에 있을 때도 잘할 것 같았다. 심상치 않았다. 사람이 풍기는 뭔가가 있는데, 묘한 게 있었다. (박)신지 형은 내가 진짜 좋아한다. 내 장난도 정말 잘 받아주고, 진짜 잘해준다. 캠프에 가거나 교육리그에 가면 나랑 티격태격하면서도 밥은 다 사줬다. (김)동주는 후배인데 먼저 데뷔했으니까. 콜업 연락받고 '동주야 나가면 많이 긴장돼?'라고 물어봤다. 동주는 엄청 긴장했다고 하더라. 나도 긴장은 많이 하겠지만, 마음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은 시즌 목표는 끝까지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전창민은 "올해 끝날 때까지 2군에 안 내려가고 싶다. 1군에서 잘해서 안 내려간다는 뜻이니까. 또 이제는 팬분들께 좋은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프로에 와서 아무것도 보여드린 게 없었다. 다른 동기들보다 늦었지만, 오래 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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