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홈런 이상, 15도루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네 번째 선수인 애런 저지
▲ 55홈런 이상, 15도루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네 번째 선수인 애런 저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본격적인 투‧타 겸업을 시작한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앞에 항상 친구처럼 따라붙는 이름이 바로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다. 

분업화가 진행된 현대 야구에서 오타니처럼 투‧타를 모두 소화하는 선수는 찾아보기가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비교 대상으로 찾으려면 2차 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갈 수밖에 없고, 당시 이 분야의 최고봉이 루스이기에 자주 소환될 수밖에 없다. 루스도 경력 중반까지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고, 이후 점차 타자 쪽에 집중하며 전설로 남았다.

시대가 달라 비교하기는 어렵짐나 오타니의 투‧타 겸업 성적은 루스를 뛰어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당장 오타니는 올해 규정이닝과 40홈런에 모두 도전하고 있는데 이는 루스도 해본 적이 없는 업적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가장 강력한 MVP 레이스 라이벌인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타격 기록으로 전설들을 당당히 소환하고 있어서다.

저지는 8일(한국시간) 미네소타와 더블헤더 1경기에서 또 하나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이는 저지의 시즌 55번째 홈런이다. 이미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17년 52개)을 넘어선 저지는 ‘청정 타자’ 60홈런에도 도전하며 미 전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21세기에도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와 같이 60홈런 이상을 친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모두 훗날 약물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며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저지는 8일까지 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0.301, 55홈런, 118타점, 11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90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오타니의 투‧타 겸업 공헌도를 모두 합쳐도 저지를 넘어설까 말까하는, 타자로서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저지는 시즌 16개의 도루까지 기록 중이다.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저지의 장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에 55홈런 이상, 15도루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4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첫 대업은 1921년 베이브 루스로 당시 59홈런-17도루를 기록했다.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가진 기록답게 이는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1997년 ‘천재 타자’ 켄 그리피 주니어에 의해 다시 재연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공‧수에서 가장 균형 잡힌 타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리피 주니어는 1997년 56홈런-15도루, 1998년에는 56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이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피 주니어와 새미 소사(66홈런-18도루)가 1998년 이 기록을 동반 달성한 이후 지난 24년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념비에 저지가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저지가 60홈런 고지에 오른다면 루스나 그리피 주니어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까지 거머쥘 수 있다. 이래나 저래나 아메리칸리그 MVP 레이스가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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