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민은 팀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해냈다 ⓒ곽혜미 기자
▲ 김강민은 팀이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데 결정적인 몫을 해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8년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SK(현 SSG)는 하나의 큰 고민에 빠졌다. 시즌 내내 든든하게 리드오프 몫을 수행했던 ‘돌격 대장’ 노수광(32‧한화)이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것이다. 10월 초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골절됐다. 결국 포스트시즌 전체 일정에 뛰지 못했다.

그러나 노수광의 공백을 메운 사나이가 등장했다. 이전까지는 팀 공헌도가 그렇게 크지 않았던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40)이었다. SK 왕조의 주역 중 하나인 김강민은 계속된 부진에 고전하고 있었다. 2018년 시작까지만 해도 부상과 그에 따른 부진으로 1군 전력에서 제외되어 있었고,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온 건 6월이었다.

가을 본능이 살아있었다. 노수광을 대신해 중책을 맡은 김강민은 10월 일정에서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더니 가을에 대폭발했다. 스스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고 말할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키움과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동안 타율 0.429, 3홈런, 6타점의 대활약을 펼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6경기에서 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업셋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강민, 그리고 또 하나의 베테랑 박정권이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던 드라마였다.

왕조 시절처럼 매일 인천의 중원을 누비는 주전 선수는 아니다. 선수 스스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팀 공헌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올해 많은 선수들이 중압감에 시달렸던 시즌 막판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하며 팀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전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346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감초 몫을 제대로 해냈다. 끝내기 홈런이나 끝내기 안타를 친 건 아니다. 타점도 하나 없었다. 하지만 팀 공격이 얼어붙어 있을 때 이를 녹이는 신호탄이 되는 안타는 대부분 김강민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홈런과 타점 없이도 이렇게 팀 공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일 광주 KIA전에서도 김강민의 힘이 빛났다. 0-0으로 투수전이 이어지던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에이스 양현종으로부터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쳐내 팀 공격의 물꼬를 텄다. 베테랑의 센스는 그 다음에도 빛났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최주환의 1루 땅볼 때 상대 1루수 황대인의 야수 선택을 유도했다. 3루와 홈 사이에서 멈춰선 김강민은 황대인의 홈 송구를 예상한 듯 곧바로 귀루를 선택해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정확한 판단력이 빛났다.

SSG는 결국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2점을 뽑고 이날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심리적인 부담에서 한결 벗어날 수 있었다. 5회에도 1사 1루에서 좌전안타를 치는 등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기록지에 이름이 화려하게 적히지는 않는데, 상대 팬들과 벤치는 김강민의 이름을 자꾸 떠올리는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부상까지 겹치며 8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김강민의 타율은 0.304에 이른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14로 극심한 타고투저였던 2018년 이후 최고다. 나이 마흔의 짐승은 분명 예전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기회를 직감하는 본능과 이를 잡아먹는 눈빛은 전혀 낡지 않았다. 2018년이 떠오른다면, 이는 지극히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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