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한령을 가동한 중국은 1만명 이상 규모의 한류 가수 콘서트를 금지하고 있다. 제공|YG엔터테인먼트
▲ 한한령을 가동한 중국은 1만명 이상 규모의 한류 가수 콘서트를 금지하고 있다. 제공|YG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공미나 기자] 최근 한중 정부가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매년 이어진 희망고문이라는 반응도 나오며 국내 콘텐츠 업계는 다소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한령 완화 기미가 본격 감지된 시점은 지난달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 이후다. 대통령실은 회담 성과로 양국의 문화·인적 교류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실제 한중정상회담 이후 중국 OTT 내에 한국 콘텐츠가 공개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텐센트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을 공개했고, 이어 비리비리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유쿠에서 '스물다섯 스물하나'을, 아이치이에서 '힘쎈여자 도봉순'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한한령 해제 청신호'라는 분석도 쏟아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를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이다. 매년 한한령 해제를 기대케 하는 사례들이 있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안후이위성TV의 한국 드라마 방영 번복도 비슷한 사례다. 안후이위성TV의 바이두 커뮤니티인 안후이위성웨이스바는 20일 웨이보에 "태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가 다년 만에 돌아온다"는 글을 올렸다. 안후이위성은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해를 품은 달' 등 다수의 한국 작품을 중국에 선보인 채널이다. 그러나 '별에서 온 그대'를 마지막으로 6년간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글을 올린지 하루 만인 21일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부인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공|tvN
▲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공|tvN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한한령 해제에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구작이 아닌 신작을 동시 방영하는 것, 만 명이상 수용 가능한 오프라인 공연장 대관을 한국가수에게 허용하는 것, 한 국 게임업체가 중국에서 외자판호를 받아는 것 중 하나가 발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 업계도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K팝 업계는 미국, 유럽, 동남아로 진출하며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춰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도 K팝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며 국내 엔터사와 본격적인 협럭을 시작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등에 업고 더 넓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6년간 한한령으로 중국발 투자가 막히며 많은 엔터사들이 중국 비즈니스를 접었다"면서 "이 때문에 콘텐츠 업계는 미국, 유럽 등 세계 문화 중심부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며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관세청이 발표한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11월 K팝 음반 수출액 비중에서 5087만9000달러(약 665억원)로 2위에 올랐다. 한한령으로 K팝 스타들의 현지 콘서트 같은 활동 길이 막혔음에도 작년 동기 대비 22.5%나 급증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관계자는 "중국이 여전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며 "중국은 한국 콘텐츠가 낯설지 않으며, 막강한 소비력이 있는 국가다. 빗장이 풀릴 때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주요 엔터사들은 언제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