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와 코치로 함께 몸담았던 박세혁(왼쪽)과 아버지 박철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와 코치로 함께 몸담았던 박세혁(왼쪽)과 아버지 박철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까지 성적은 안 좋았지만, 믿어주신 만큼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밑바닥에 갔으니까 올라가는 시기도 올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야구하고 싶고, 보답하고 싶어요."

포수 박세혁(33)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NC 다이노스와 4년 46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지난해 128경기에서 타율 0.248(351타수 87안타), OPS 0.636, 3홈런, 41타점에 그쳐 스스로도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는데, NC가 손을 내밀어줬다. NC는 이번 FA 시장에서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36)가 두산 베어스로 FA 이적하는 바람에 당장 1군 경험이 풍부한 포수가 필요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구단에 박세혁을 강력히 추천했다. 두산 배터리코치 시절 직접 가르쳤기에 누구보다 박세혁의 장단점을 잘 알았다. 강 감독은 "박세혁이 올해는 실력에 비해 저평가받는 느낌이 있었다. 부상(2021년 안와골절) 때문에 그랬지만, 예전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 시장의 평가를 받으면서 자기반성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좋은 자극이 많이 됐을 것"이라며 제자의 반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박세혁은 "정말 못하면 안 된다. 내가 상무 다녀와서 백업일 때 감독님께서 코치로 나를 지도해 주셨다. 그때 상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와서 '이제는 되겠다' 할 때였다. 감독님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진짜 입에 단내가 나도록 훈련을 해서 감독님을 무서워했다(웃음). 다른 팀에 가신 뒤로 조금 더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감독님과 함께 운동한 시간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같이 땀 흘린 시간은 잊지 못한다. 나를 믿어주신 만큼 내가 준비가 안 되면 안 되니까. 준비를 많이 하려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겨우내 야구선수 선배이자 아버지인 박철우 전 코치와 함께 훈련했다. 계약하고 당장 창원에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라 훈련시설이 마땅하지 않아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박 전 코치는 1989년 한국시리즈 MVP 출신으로 타격에 일가견이 있고, 1993년 시즌 뒤 해태 타이거즈에서 쌍방울 레이더스로 트레이드된 경험도 있는 만큼 여러 방면에서 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박세혁은 "아버지랑 같은 팀(두산)에 있었어도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까지 없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면서 즐겁게 운동하고 있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아버지께서 방망이 관련해서는 많이 알고 계시니까. 티볼도 올려주시고 그렇게 운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께서 잘할 거라는 말도 많이 해주신다. 어차피 FA를 했고, 마음에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길 테니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라고 하신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포수 박세혁 ⓒ NC 다이노스
▲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포수 박세혁 ⓒ NC 다이노스

포수인 만큼 투수들을 빨리 만나 공을 다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투수 이용찬(34)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이용찬은 2021년 5월 NC로 먼저 FA 이적을 했고, 지금은 투수조의 최고참이자 대체 불가 마무리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박세혁은 "(이)용찬이 형이 의지가 된다. 형이 '좋은 팀이고, 편하게 야구 잘할 수 있다. 형이 도와주겠다'고 해줬다. 두산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봤던 형이라서 다시 만나면 이제는 더 의지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구창모 선수부터 송명기, 신민혁, 김시훈 등 누구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고 좋은 투수들이 많더라. 야구하면서 전학을 가본 적도 없고, 팀을 바꾸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오히려 내가 어린 선수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면서 팀을 알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모두에게 보답하고자 한다. 박세혁은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데도 신혼인데도 응원해준 아내, 그리고 부모님께 보답해야 한다. 믿어주신 강 감독님을 비롯해서 NC 구단, 팬들께도 좋은 야구 보여드리면서 보답하고 싶다. NC는 내게 손을 뻗어준 구단이기 때문에 그 믿음에 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성적은 안 좋았지만, 밑바닥에 갔으면 올라가는 시기가 올 것이라 믿고 야구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세혁은 이제 박민우, 박건우, 손아섭 등과 주축이 돼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는 "NC에서는 내가 고참급에 들어가더라. 더그아웃에서 벤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더 힘을 보태야 할 것 같다. 두산에서 그동안 형들에게 받아왔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앞장서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5강,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이 좋은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NC는 오는 16일 창원NC파크에서 박세혁의 입단식을 진행한다. 박세혁은 두산 시절부터 쓰던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본격적으로 NC에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박세혁은 "입단식을 안 할 줄 알았는데,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만큼 신경을 써주시는 거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고, 책임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등번호 10번은 도태훈 선수가 달았던 것으로 아는데, 내가 받았다. 도태훈 선수에게 물어봐서 원하는 선물이 있으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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