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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부터 여유 없는데, 선수들만 즐길 수 있나

작성일: 2023.03.15 13:07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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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철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이강철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김민경 기자] "강백호 질문은 자제해 주면 감사하겠다."

'강백호에게 따로 한마디 해주셨냐'는 질문에 대한 이강철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답이었다. 강백호는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호주와 개막전에 대타로 출전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2루타를 치고도 뭇매를 맞았다. 2루타를 치고 반격할 수 있겠다는 기쁜 마음이 앞선 나머지 세리머니를 하려다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다. 결과는 2루수 태그아웃. 야구팬들은 그동안 상대적 약체로 평가했던 호주에 7-8로 역전패한 것도 모자라 강백호가 안일한 플레이를 펼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필승을 다짐했던 호주전에서 진 탓일까. 사령탑은 나올 만한 질문이었는데도 여유가 없는 반응이었다. 감독으로서 강백호의 플레이를 비판하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황당하고 당황해했을 강백호에게 감독으로서 도움이 될 한마디를 해주진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 질문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인지, 아니면 처음 구상대로 경기를 운영하기에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가 너무 많은 탓인지 이 감독의 대답은 늘 무겁고 딱딱했다. 

이 감독은 결국 1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일부 투수 혹사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할 때 투수를 몇 명 쓰는지는 알아보고 말하라"고 반박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 감독이 가장 골머리를 앓았던 게 마운드 운용이었다. 한국은 15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7.55로 20개 참가국 가운데 16위다. 베테랑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을 주축으로 한 투수 15명을 꾸렸는데, 고우석(LG)이 대회 직전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사실상 14명으로 싸웠다. 여기서 그나마 좋은 컨디션을 보인 투수는 박세웅(롯데), 이용찬(NC), 원태인(삼성) 정도였다. 김원중(롯데) 정철원 곽빈(이상 두산) 고영표 소형준(이상 kt) 등은 투수가 없어 꾸역꾸역 던지는 쪽에 가까웠다. 이 감독이 대회를 치르면서 가장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짚으니 끝내 발끈한 듯했다. 

이렇게 사령탑부터 여유가 없으니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놀 수 있을까. 이번 대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세계 야구와 비교해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은 기술이 아닌 선수단의 마인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한국 야구 전체가 몰락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면서 뛰었다. 20개국 가운데 이 정도로 비장한 팀은 한국뿐이었다. 

주장 김현수(LG)는 "선수들이 다 잘 준비했는데, 준비한 만큼 실력 발휘를 못 해서 아쉽다.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 내는 게 제일 큰 과제다. 나도 긴장했고, 선수들도 긴장했다. 긴장감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되돌아봤고, 김하성(샌디에이고)은 "3년 몇 개월 만에 (대표팀에) 왔지만, 밖에 나가거나 이런 게 부담이 있더라. 결국 그런 분위기도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안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자책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국가대표 단골손님 김광현은 "우리는 항상 조심스럽다. 눈치 보는 게 일상"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감독부터 선수까지. 결국 태극마크의 부담에 짓눌려 시작해 그대로 끝났다. 세계 야구와 맞설 실력을 다시 키우는 것과 별개로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시간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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