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정서희 기자] 1997년 '사랑과 이별' 이후 25년 만에 시리즈물 '카지노'로 복귀한 최민식의 극장 사랑은 여전했다. 최민식은 "극장 문화는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물관에 들어갈 공간은 아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로애락을 느꼈나. 극장이라는 공간은 작든 크든 존재해야 한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좋은 콘텐츠를 극장에 걸었을 때 많은 사람이 와서 보게끔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OTT 작품도 좋지만, 나에겐 영화가 우선이다"고 밝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즌2를 마친 최민식은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부터 배우로서 삶, 포부 등을 솔직하게 전했다.

'카지노' 시즌2는 카지노의 전설이었던 차무식(최민식)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그린 이야기로, 지난 22일 3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즌1은 차무식이 카지노 대부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서사를 촘촘하게 그려냈다면, 시즌2는 차무식을 중심으로 갈등 구조를 다각화, 다양한 사건·사고가 폭풍처럼 휘몰아쳐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마지막회에서 차무식이 믿었던 의동생 정팔(이동휘)이 당긴 방아쇠에 허무하게 사망하며, 결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최민식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넘게 붉은 꽃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은 욕망을 향해 치닫는다. 그게 우리 드라마 주제다. 무식은 꽃잎 떨어지듯 퇴장한 것"이라면서 차무식의 허무한 죽음은 의도된 결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구질구질한 서사, 장르적 특성으로 마무리하는 것보단 화끈하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욕을 많이 먹었다(웃음)"고 했다.

기세등등했던 차무식의 쓸쓸한 퇴장을 위해 최민식이 직접 제안한 연출도 있었다. 그는 "마지막회에서 무식이 정팔과 상구(홍기준)를 위한 조촐한 만찬을 준비하다가 꽃 한 송이를 꽂는다. 내가 미술팀에게 시들시들한 들꽃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장면"이라며 "무식이 '화무십일홍'을 예감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이 코너에 몰릴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지 않나.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한테 정서적으로 기대고 싶은 것을 그 꽃 한 송이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최민식은 '카지노'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매일이 후회였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후유증과 많은 분량, 필리핀의 무더위 등 삼중고에 시달리며 고충이 상당했던 것. 이외에도 최민식은 촬영 중 아쉬웠던 부분을 털어놨다. 그는 "일차적으로는 내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분량이 정말 많았는데 버겁게 촬영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4신까지 찍는 날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분량이다. 또 해외 촬영이다 보니 모든 게 돈이다. 한정된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할 분량을 빨리 찍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힘겨운 것이 느껴졌다. 여러 부분에서 '왜 저렇게 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카지노'에는 총 170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얽히고설킨다. 최민식은 "감독·배우들과도 토론했지만, 캐릭터들과 서사가 너무 많이 부딪힌다. (분량이나 스토리를) 다이어트하고 갔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시리즈물이기에 매 회차 요구하는 분량이 있는데, 이를 러닝타임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강윤성 감독도 나도 긴 호흡의 시리즈물에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전했다.

▲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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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는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을 경신하는 것은 물론,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디즈니+ 한국 TV쇼 부문 1위 기록, 대만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미국 포브스를 비롯한, 넥스트샤크, 뉴스위크 등 외신들은 '카지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최민식을 극찬한 바 있다.

해외 호평에 최민식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앙상블 덕분이라고 추켜세우며 인기 비결로 리얼리티를 꼽았다. 그는 "딱 하나 나름 자부한 게 있는데 '흉내 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서양의 누아르를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자'고 했다"며 "액션을 하더라도 우리 식으로 하고, 총을 쏴도 화려한 총격전 없이 순식간에 하자고 제안했다. 보통 대부분의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나. 그런 현실감을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외국 시청자들이 이런 부분에서 리얼리티를 느끼고 색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한다"고 추측했다.

▲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962년생으로 만 60세인 최민식은 '카지노'에서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를 직접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최민식은 이를 두고 "과학 기술(디에이징 기술)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가발이나 내 신체적 조건이 못 따라가긴 했다. 무리였다. 이제 젊은 역할은 안 하려고 한다(웃음)"면서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해 35년간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한 최민식은 최근 인생에 브레이크를 거는 중이라고 밝혔다. 2021년 소속사와 계약 만료 후 매니저 없이 홀로 다닌다는 그는 모든 스케줄을 직접 운전하며 소화하고 있다.

최민식은 "처음 방송일을 시작할 때는 매니저 없이 혼자 다녔다"고 회상하면서 "몸은 좀 피곤하지만,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걷고 싶을 때 걷고. 생각을 정리하며 인생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도 나고 오히려 좋다"고 전했다.

▲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배우 최민식.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최민식.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여전히 대단했다. 최민식은 "연기를 향한 내 욕심은 끝이 없다"며 "중년의 로맨스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최민식은 "'카지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주령, 이혜영에게 나중에 로맨스를 해보자 했다. 젊은 남녀들의 재기발랄하고 상큼한 사랑도 있지만, 중년들의 사그라드는 사랑에 대한, 감히 꽃피울 엄두도 안 나는, 절제하는데 더 짠하고 아픈 그런 것들을 어른스럽게 승화시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자극적인 이야기도 많고 지겹다. 다들 힘들 때인데, 꼭 이성과 로맨스가 아니어도, 가족물이라던가, 포용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휴먼 스토리를 해보고 싶다. 혼돈의 세상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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