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저강' 편견 깼다…번트에서 느껴진 강백호의 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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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정현 기자] ‘번트요? 저 강민호(38·삼성 라이온즈)인데요.’
강민호가 약 10여 년 전 한 야구 게임 광고에 출연해 했던 대사다. 팀의 중심타자인 자신에게 어떻게 번트 사인을 내느냐를 함축해 담은 말로 중심타자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이 담긴 한마디였다.
kt 위즈에도 보이지 않는 ‘번저강’이 있었다. 바로 천재타자라 불리는 강백호(24)가 그 주인공이다. 강백호는 그동안 팀의 중심 타자로서 번트를 시도할 일이 거의 없었다. 6시즌 통산 타율 0.317(2229타수 707안타) 88홈런, 장타율 0.508. 기록이 말해주듯 번트보다는 직접 쳐서 해결하는 것에 특화된 타자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강백호는 이날 전까지 프로 통산 48번의 번트를 시도했다. 그가 들어섰던 타석은 2560번, 비율로 따지면 1.8%이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그랬던 강백호가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팀이 5-9로 뒤처진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임찬규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에 번트를 댔다. 강백호는 상대가 왼손 타자인 자신을 대비해 3루수를 1~2루 간에 세우는 수비 시프트를 간파하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번트를 예측하지 못했던 LG 수비는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고, 강백호는 전력 질주로 1루를 밟았다. 그 순간 kt 더그아웃은 달아올랐고, 팬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강백호의 재치 있는 플레이를 칭찬했다.
올해 강백호는 그 어느 때보다 절치부심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이 배경이다. 연이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를 빠진 날만 79일. 성적도 62경기 타율 0.245(237타수 179안타) 16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83으로 그의 이름에 맞지 않는 기록이었다. 연봉도 지난해 5억 5000만원에서 2억 9000만원으로 47.3% 삭감됐다. 강백호의 자부심에 상처가 날 수 있었다.
2023시즌 개막전(1일 수원 LG전)이 끝난 뒤 강백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다른 올해를 위해 나태함을 버리고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강백호는 “스케줄이나 생활패턴을 많이 바꿨다. 기상시간, 취침시간도 많이 바꿨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했다.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깨달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태했다. 부지런하게 해보자 생각을 많이 했다”며 “기상 시간은 경기마다 다르다. 출근 시간이 2시간 더 빨라졌다. 할 게 많더라. (박)병호 선배에게 그런 쪽 조언을 많이 듣고 배우고 있다. 지금 출근시간 1, 2위를 다툰다. 10시 시작이면 8시 이런 식으로 늘 2시간, 2시간 반 전에 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강백호는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을 시작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시즌에 돌입했고, 포지션도 1루수가 아닌 외야로 나서지만, 큰 문제 없이 계획대로 시즌을 잘 치르고 있다.
개막 후 2경기 타율은 0.455(11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 OPS 1.364. 표본이 적지만, 올 시즌 강백호를 향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수치다.
스스로 말하듯 강백호는 달라졌다. 그리고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려 한다. 출루가 필요하면, 기습 번트라도 대고 1루에 나선다. 강백호는 2023년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남은 142경기, 강백호가 그려갈 올 시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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