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머물면 선수 생명 끝"…375SV 오승환-130승 장원준, 현재를 받아들인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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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과거에 머물면 선수 생명은 끝난다."
지난해 10월 두산 베어스에 잠시 합류했던 구보 야스오 투수 인스트럭터가 생존이 절실했던 장원준(38)에게 해줬던 말이다. 구보 인스트럭터는 1998년부터 일본에서 유망주 육성 전문가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그는 오랜 지도 경험을 토대로 '운동선수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과거에 어떤 커리어를 쌓았다는 것은 현재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것.
구보 인스트럭터는 "지금까지 남긴 기록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베테랑들에게는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느냐'고 질문한다. 운동 선수는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어서 앞으로도 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거에 머물면 선수 생명은 끝난다. 프로 무대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지금 할 수 있느냐' 그게 중요하다. 과거의 얼굴로는 지금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불혹을 넘긴 삼성 라이온즈 클로저 오승환(41)은 벼랑 끝에서 변화로 생존법을 찾은 좋은 사례다. KBO리그 통산 375세이브를 달성하는 동안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돌직구'는 세월이 흐른만큼 위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오승환은 4월까지 10경기에서 1승1패, 4세이브, 2홀드, 10이닝, 평균자책점 4.50으로 고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때 박진만 삼성 감독과 코치진이 생각한 방법이 선발 등판이었다. 마운드에서 길게 던지면서 밸런스를 찾길 바란 게 첫번째였다. 오승환은 이 결정을 받아들여 지난 3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3구 5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경기는 1-4로 내줘 패전을 떠안았지만, 삼성과 오승환 모두 소득이 있었던 선발 등판이었다. 오승환은 2군에서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와 등판한 3경기에서 1승, 1세이브, 4이닝, 평균자책점 0.00으로 호투했다.
박 감독은 "오승환이 퓨처스가서 마음의 준비, 기술적인 것도 어느 정도 가다듬고 온 것 같다. 마운드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고. 불펜이 어려운 상황인데 오승환이 잘 이끌어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본인이 중간에 나오면서 20~30개만 던지다 보니 본인 밸런스를 못 잡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고, (선발 등판은) 투구 수를 많이 늘리면서 밸런스를 잡으려는 의도였다. 투수 파트에서 좋은 의도로 해서 다시 오승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싱커도 투심패스트볼식으로 던지고, 본인이 깨달은 것 같다. 본인도 예전의 돌직구가 아니고, 노련미로 변화하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 역시 레전드도 흘러간 세월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강조했다. 그는 "타자도 똑같다. 예전에 했던 그런 모습을 똑같이 하면 스피드와 순발력이 나이 들면 떨어져서 변화된 모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선수 시절 현대에 있을 때 김동수 선수가 베테랑이었는데, 삼성에서 트레이드돼서 마지막에 현대에서 은퇴했다. 예전에 4번타자 했던 그 선수가 33인치짜리 방망이를 반토막 잡고 치더라. 그러면서도 3할을 치는 걸 봤다. 이제 또 워낙 투수들도 좋아지고 구속도 좋아져서 대처하기 위해서는 발전된 새로운 모습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장원준이 과거를 완전히 떨치기까지는 무려 5년이 걸렸다. 그는 23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70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간절히 염원했던 개인 통산 130승 고지를 밟았다. 2020년 10월 7일 인천 SSG 랜더스전 이후 958일 만에 선발 기회를 얻어 2018년 5월 5일 잠실 LG 트윈스전 129승 이후 1844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장원준은 130승 달성 직후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원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몸 상태가 예전 폼이 안 나오는 폼인데, 자꾸 좋았던 그 폼을 쫓아가려 하니까. 그러면서 컨트롤도 안 좋아지고 그렇게 된 것 같다"며 과거만 쫓았던 시간을 먼저 되돌아봤다.
올해는 투심패스트볼을 장착한 게 가장 큰 변화였다. 개막을 앞두고 2군에 내려갔을 때 투심패스트볼을 던져 보라는 권명철 투수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과건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장원준은 이날 최고 구속 140㎞, 평균 구속 139㎞ 투심패스트볼(31개)을 중용하면서 최고 구속 141㎞에 이르는 직구(4개)를 적절히 섞으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뺏었고, 덕분에 주 무기 슬라이더(24)와 체인지업(10개)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었다.
장원준은 "(투심패스트볼은)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안 했다. 권명철 코치님께서 다시 추천해 주셔서 (2군에서) 선발로 던지면서 연습한 게 잘 먹히더라. 투심패스트볼 던진다가 직구 들어가며 타자들 타이밍이 늦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나이와 함께 몸에 찾아온 변화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팔을 높이 억지로 올려서 더 위에서 아래로 던지려하기 보다는 옆으로 회전하더라도 그냥 팔이 올라오는대로 던지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오승환도 장원준도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지 않고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였기에, 당장은 웃을 수 있는 현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변화의 효과가 찰나일지 시즌 끝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두 레전드의 내려놓기는 지금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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