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인사이트]언제적 '노예계약'이냐…엑소 첸백시가 쏘아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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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원겸 기자]'남의 소유물로 되어 부림을 당하는 사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나 자유를 빼앗겨 자기 의사나 행동을 주장하지 못하고 남에게 사역되는 사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노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전적 설명이 아니더라도, 대중은 노예를 '모든 권리와 생산 수단을 빼앗기고, 비인간적 대우 속에 노동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염전에 끌려가 돈도 받지 못하고 고되게 일하다 극적으로 구출된 사건도 '염전 노예'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1일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노예계약'이란 말이 또 나왔다. 인기 K팝 그룹 엑소의 첸, 백현, 시우민이 이 날짜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그 배경 중 하나로 꺼낸 단어다.
세 사람의 법률대리인은 'SM이 아티스트들에게 20년 가까운 전속계약을 부당하게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면서 "노예계약 맺기를 강요한 것이라고 아티스트들은 느끼고 있다"고 했다.
연예계에서 기획사와 아티스트 사이의 불공정 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말하지만, 엑소 멤버인 첸, 백현, 시우민이 꺼낸 단어라는 점에서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세 사람은 유명 로펌 변호사와 8차례 수정안을 주고받은 끝에 2022년 12월 30일자로 재계약을 맺고도, 5개월 만에 계약해지 통보를 한 터다.
아티스트와 기획사간 불공정 계약은 아티스트가 데뷔 때 맺은 첫 계약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획사가 우월적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명도 높은 톱클래스 아티스트가 기존 소속사와 맺는 '재계약'에서는 그 우월적 지위가 아티스트에게 주어진다. '스타'가 된 아티스트와 재계약을 앞둔 기획사들은 그래서 몸을 한껏 낮추고 그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려고 애쓴다.
엑소-첸백시(EXO-CBX)라는 유닛으로도 활동한 이들이 세계적인 K팝 가수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SM도 1일 입장문에서 첸 백현 시우민과 "동반성장을 위해" "의무가 없음에도 두 차례나 정산 요율을 인상해줬다"고 했다. SM이 이들과 재계약을 위해 미리미리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첸 백현 시우민 측은 "SM은 종래 12년~13년 넘는 장기계약을 아티스트들과 체결한 뒤, 이 같은 기간도 모자라 다시금 후속 전속계약서에 날인하게 해 무려 최소 17년 또는 18년 이상에 이르는 장기간의 계약 기간을 주장하는 등 극히 부당한 횡포를 거듭 자행하고 있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나서서 연예인 전속계약을 관리한다.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표준계약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SM도 이 표준계약서를 따른다. 재계약은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자유의지에 따라 맺어질뿐더러 엑소 같은 월드클래스 아티스트에게 SM이 재계약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속사 선배인 소녀시대 티파니, 수영, 서현은 다른 기획사로 이적했으면서도 팀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또 단순히 계약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노예계약으로 단정짓는 것도 무리다.
첸 백현 시우민은 전속계약해지 사유로 "정산자료 및 정산근거의 사본을 제공받지 못했고, SM은잘 제공 의무를 불이행함에 따라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SM은 "정산자료는 상시 열람 가능하며, 사본은 외부 유출시 다른 엑소 멤버들에게 피해가 가며, 유출하지 않겠단 약속을 하거나 다른 기획사와 이중계약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첸 백현 시우민과 SM은 앞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두고 법적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법정에서 해당 계약의 정당성 혹은 부당성이 판가름 날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필자가 시시비비를 가려보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노예계약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음악시장을 지배하는 K팝 아티스트들은 노예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예계약이란 단어가 외신을 통해 어떻게 곡해되고 확대 재생산 될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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