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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억 FA’ 김재환 미스터리와 이승엽의 굳건한 믿음… 힘은 여전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작성일: 2023.06.13 06:0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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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장타율의 폭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재환 ⓒ곽혜미 기자
▲ 올 시즌 장타율의 폭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김재환 ⓒ곽혜미 기자
▲ 김재환의 홈런 비율은 개인 경력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곽혜미 기자
▲ 김재환의 홈런 비율은 개인 경력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재환(35‧두산)은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다.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힘, 그리고 때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스윙 메커니즘을 앞세워 12일 현재 KBO리그 통산 228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한창 공이 잘 날아갔던 2018년에는 44개의 홈런을 때렸다. 맞으면 넘어간다는 착각을 줄 정도였다.

2019년 고전하기는 했지만 2020년 30개, 2021년 2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거포 자원이 워낙 귀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대우는 확실했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FA 이탈로 고민하던 두산도 김재환만큼은 놓칠 수 없었고, 2022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15억 원이라는 거금을 제안해 김재환을 눌러 앉혔다. 이런 거포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모든 선수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힘이 떨어진다. 얼마나 덜 떨어지느냐의 싸움이다. 115억 원의 거액 제안은 김재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오랜 기간 김재환을 옆에서 지켜본 두산이라 그 확신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힘이 조금 떨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고, 오랜 기간 정립된 메커니즘 또한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홈런을 치는 타자들의 유형을 아주 단순하게 나누면 두 가지다. 강력한 힘을 앞세워 공을 쪼개는 선수가 있다. 힘이 조금 부족해도 타구의 궤적을 잘 만들어 멀리 날려 보내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재환에 대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기록은 없었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 감독은 “파워가 워낙 좋은 선수다”면서도 “그런데 통산 200개 이상을 친 선수가 힘만 가지고 쳤다고는 보지 않는다. 당연히 기술적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에 잠실을 쓰면서도 200개 이상을 쳤다고 본다”고 했다. 그렇다면 홈런 그래프의 노쇠화는 덜 떨어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김재환은 올해 홈런 파워가 뚝 떨어졌다.

부진하다는 지난해에도 128경기, 517타석에서 23개의 홈런은 쳤다. 홈런 비율은 4.45%로, FA 시즌 직전이었던 2020년(4.89%)이나 2021년(4.77%)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올해는 이 비율이 2.11%로 개인 경력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시즌 53경기에서 타율 0.241에 머물렀는데 더 뼈아픈 건 장타율(.377)의 폭락이다. 

▲ 김재환은 여전히 좋은 타구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김재환은 여전히 좋은 타구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환 ⓒ연합뉴스
▲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환 ⓒ연합뉴스

그렇다면 힘의 급격한 노쇠화가 온 것일까. 이 감독은 그렇지는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여전히 김재환이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현역 시절 홈런 타자였기에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기록에서도 “힘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는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 레이더에 걸린 평균 타구 속도다. 김재환의 평균 타구 속도는 매년 리그 최상위권이다. 지난해에도 집계된 타구는 144.1㎞의 평균 타구 속도를 기록했다. 타자들이 유독 “공이 잘 날지 않는다. 공인구에 손을 댄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 기록은 이정후(키움), 최정(SSG), 노시환(한화), 양의지(두산)에 이은 리그 전체 5위 기록이다. 그런데 앞선 4명의 선수들은 리그 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비해 김재환은 그렇지 못하다. 타구 속도는 힘과 기술의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다.

김재환의 헛스윙 비율은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20.4%고, 콘택트 비율 또한 2018년 이후 가장 좋은 73.2%다. 기록만 보면 분명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이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하나의 힌트를 주지만, 김재환이 현재 자신의 힘과 좋은 조건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동시에 제시한다.

왼 무릎 부상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내부의 분석이다. 이 감독과 만난 김재환은 올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했다. 시즌 초반에도 타율과 장타율 모두 호조였다. 첫 15경기에서 타율 0.304, OPS(출루율+장타율) 0.972를 기록했다.

그러나 무릎이 지속적으로 아팠고, 여기서 하체와 타격 메커니즘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진단이다. 김재환의 평균 타구 속도가 떨어진 시점도 ‘무릎 문제’가 외부로 불거진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여기에 같은 뜬공이라고 해도 멀리 가지 않고 발사각만 높은 채 힘없이 떨어지는 타구가 급증했다. 김재환은 홈런 타자 중에서는 발사각이 높지 않은 라인드라이브 히터고, 내야에 힘없이 뜨는 팝플라이 비율이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낮은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내야 뜬공의 비율이 급증했고, 평균 발사각 또한 김재환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다.

▲ 김재환은 타격 메커니즘 조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곽혜미 기자
▲ 김재환은 타격 메커니즘 조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곽혜미 기자

힘은 있다. 결국 무릎 부상으로 흐트러진 메커니즘을 찾는 게 우선이다. 이 감독은 굳은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감독은 “예전의 김재환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지금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매일 고토 코치와 대화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다.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주말 KIA와 3연전에서는 결과와 별개로 타구질이 좋아지고 외야로 향하는 타구들이 많아졌다. 땅볼도, 내야 뜬공도 없었다. 타구 속도는 총알 같았다.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는 이 감독의 말을 믿어볼 수 있는 이유다. 두산 타선의 그림은 김재환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다시 숨 막히는 그 스윙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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