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눈 치료법 없으니, 오케이 여기까지 끝"…은퇴 신성현 비로소 웃는다, 13년이나 꿈 이뤘으니까

작성일: 2023.09.23 11:50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두산 베어스에서 프런트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 두산 베어스에서 프런트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눈이 계속 거슬리는데 딱히 치료법도 없고, 약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야구를 몇 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오케이 여기까지다. 끝' 이렇게 마음을 먹었죠."

두산 베어스 신성현(33)은 지난달 22일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야구팬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신성현은 올해 퓨처스리그 28경기에서 타율 0.311(90타수 28안타), 2홈런, 18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1군에서 뛸 기회가 없긴 했어도 은퇴를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임해 마무리캠프부터 신성현을 애정 있게 지켜봤다. 이 감독은 신성현을 "우리 팀에서 김재환만큼이나 훈련을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신성현이 스프링캠프 때 보여줬던 좋은 컨디션을 시즌 초반 이어 가지 못해 2군행을 통보했지만, 누구보다 노력한 선수였기에 한번은 다시 부를 때가 오리라 믿었다. 그리고 신성현을 1군에 콜업하려고 했을 때, 그는 이미 은퇴를 결심하고 있었다. 

눈 때문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신성현의 눈에 공과 검은 점이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점은 갈수록 점점 커졌고,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병명은 망막염이었다. 

신성현은 "눈 안에 망막에 구멍이 뚫려 염증이 새어 나와 물집이 잡혔다고 하더라. 시력이 나빠지진 않았지만, 오른쪽 눈에 물이 찬 것처럼 보였다. 타격할 때 주시력이 오른쪽 눈이니까 불편했다. 병의 원인을 물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나이 30~40대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고 하더라. '스트레스라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긴 했다"고 진단 당시를 떠올렸다. 

타자에게 망막염은 꽤 심각한 병이었다. 신성현은 "눈 때문에 잠시 쉬면서 생각이 많았다. 당시에는 당장 눈이 좋아지지 않았고, 다 나으려면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했다. 딱히 치료법도 약도 없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좋아진다고 하더라. 그런데 눈이 계속 불편하니까. 레이저 치료를 하면 조금 빠르게 좋아지는데, 눈 위에 점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러면 또 공과 점이 같이 보일 테니까. 그래서 주사 치료만 받았는데, 썩 좋아지진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 투수들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 투수들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 타격 영상을 촬영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 타격 영상을 촬영하는 신성현 ⓒ 이천, 김민경 기자

두산 구단은 신성현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프런트 연수를 제안했다. 구단은 평소 신성현의 성실한 태도를 눈여겨 보고 있었고, 선수 출신이면서 일본어 어학 능력도 갖추고 있으니 전력분석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신성현은 고심 끝에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은퇴 결심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눈을 다쳤을 때 2군 팀장님께서 프런트 제안을 해주셨는데, 그때까지는 야구를 못 놓고 있었다. '나는 더 하고 싶다. 한 달 뒤에 검진이 또 있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눈이 아주 좋아지지 않았고, 병원에서는 이제 다 나았다고 하는데 내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계속 거슬리는 느낌이 남아 있다. 그때 내가 야구를 몇 년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어야 2년? 짧으면 올해가 끝인 것 같았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오케이 여기까지다. 끝'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선수를 그만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고 고백했다. 

은퇴를 선언한 신성현은 이제 구단 직원으로 매일같이 이천베어스파크(두산 2군 훈련장)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지난달까지 동료였던 후배들에게는 배팅 볼을 던져주고, 베어스파크 곳곳을 뛰어다니며 구단 막내 직원으로서 배워야 할 점들을 차근차근 익혀 나가고 있다. 두산 2군은 21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여주대학교와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신성현은 포수 뒤쪽 관중석에 앉아 투수들과 타자들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트랙맨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익숙하진 않아도 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하나하나 배워 나가고 있었다. 

신성현은 "팀장님, 차장님 등 직원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순조롭게 배우고 있다. 지금은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관련 연락이나 일본 현지 예약 같은 것들을 맡고 있고, 선수들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하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적응을 하다 보니까 괜찮더라. 지금은 시키시는 일만 잘하면 되는 단계"라고 답하며 웃었다. 

야구 선수로 살아온 지난 22년은 신성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신성현은 가동초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해 덕수중을 거쳐 일본 교토국제고에 진학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일본 야구 유학을 선택한 것. 신성현은 2008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로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지명을 받았으나 1군의 벽을 넘지 못했고, 국내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거쳐 2015년 육성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2017년에는 트레이드로 두산에 이적해 올해까지 선수로 뛰었다. 히로시마 시절까지 포함하면 프로선수로 13년 가까이 생활했다. KBO리그 1군 통산 성적은 287경기, 타율 0.217(442타수 96안타), 출루율 0.310, 장타율 0.362, 16홈런, 59타점이다.  

▲ 한화 이글스 시절 신성현 ⓒ 스포티비뉴스DB
▲ 한화 이글스 시절 신성현 ⓒ 스포티비뉴스DB
▲ 두산 베어스 신성현 ⓒ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신성현 ⓒ 곽혜미 기자

신성현은 다사다난했던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며 "많이 아쉽긴 하다"면서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너무 못했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사실 잘한 거라 생각한다. 옛날에 그렇게 야구를 못했던 꼬마가 프로 생활을 10년 넘게 했으니까. 나쁘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스로 야구를 못했다고 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신성현은 "어릴 때 원래 수영을 오래 했었다. 코가 잠시 안 좋아져서 수영을 쉴 때 초등학교 여름방학 야구 교실에 갔다. 그때 야구에 재미를 붙여서 야구를 시켜달라고 부모님께 1년을 졸랐다. 그때 부모님이 놀이터 벽에 테니스공을 맞추면 야구를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1년 내내 못 맞추다 딱 한번 맞췄다. 그래서 결국 야구를 시작했다. 야구는 안타 하나를 칠 때마다 희열이 있다. 연습하는 것도 재미있고, 잘됐을 때 기분도 좋다. 팬들의 함성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런 것 때문에 야구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어 "나는 진짜 프로가 될 실력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감독님을 잘 만나 새벽 내내 운동하고 실력이 늘면서 운 좋게 프로까지 간 것이다. 재일동포인 리순사 감독님인데, 그때 감독님 나이가 26살 정도였을 것이다. 서로 혈기 왕성한 시절이라 정말 치열하게 했다. 감독님께서 '너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자라, 내가 책임질 테니까. 대신 새벽 2~3시까지 운동해'라고 하셨다. 그렇게 운동을 했다. 운 좋게 프로에 가고, 또 운 좋게 한화로 가서 잘되고, 또 운 좋게 두산까지 왔다. 그렇게 10년 넘게 프로 생활을 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뜻하지 않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긴 했어도, 올해 마지막이란 각오로 모든 걸 다 쏟아부었기에 미련도 없다. 신성현은 "은퇴를 하니 야구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올해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초반에는 이렇게만 하면 될 것 같았을 정도였으니까. 2군에서도 잘 준비하고 있었고, 내 마음에 납득이 갈 수 있게 하다가 안 된 거라서 아쉽진 않다"고 했다. 

이제는 구단 직원으로 두산을 위해 뛰어보려 한다. 신성현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두산에서 앞으로는 선수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 해 보겠다. 김태룡 단장님께서 '할 수 있겠나' 하시더라.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신성현 ⓒ곽혜미 기자
▲ 신성현 ⓒ곽혜미 기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