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적토마' 김경표(31, 김경표짐)가 포효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낯선 땅에서 펼친 원정 경기를 21초 만에 끝냈다.

김경표는 예상외로 손쉽게 잡은 승리에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다. 원정 경기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 그제야 밝게 웃었다.

김경표는 지난 4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라이진 랜드마크 7(RIZIN Landmark 7)'에서 베테랑 투랄 라기모프(35, 아제르바이잔)를 1라운드 21초 만에 레퍼리 스톱 TKO로 이기고 2연승을 달렸다. 전적 13승 4패를 기록했다.

라기모프는 30전을 자랑하는 베테랑. 김경표는 캅카스 강자와 레슬링 싸움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의외로 타격에서 쉽게 풀렸다. 초반 오른손 펀치를 안면에 터트렸고 이어진 후속타로 라기모프를 쓰러뜨렸다. 승기를 잡은 김경표는 계속 파운딩을 내려쳤고 심판의 스톱 사인을 이끌어냈다.

김경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원한 흐름은 레슬링이었다.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와 서브미션이었는데, 타격전에서 준비해 온 하나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며 "MMA는 내가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MMA 세계는 앞날을 예상하기 힘들다. 1년 전만 해도 김경표는 침울했다. 지난해 10월 로드 투 UFC(ROAD TO UFC) 준결승전에서 복병 안슐 주블리(인도)에게 판정패해 UFC 계약을 놓쳤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김경표에게 큰 충격이었다.

올해 마음을 다잡고 일본 라이진에서 새로 시작했다. 지난 4월 라이진 41에서 일본의 유망주 우사미 쇼 패트릭을 1라운드 3분 33초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잡았다. 로드 투 UFC 탈락의 아쉬운 마음이 컸던 탓이었을까. 김경표는 승리 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제르바이잔 원정 경기를 이겨 라이진 2연승을 달린 김경표는 이제 웃을 수 있다. 그리고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경기도, 파이터 인생도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김경표는 원래부터 소리 없는 강자. 지금처럼 묵묵히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나타냈다. 라이진에서 붙여 주는 상대가 누구든 싸우겠다고 말했다.

"난 라이진에서 이제 두 경기를 치른 선수다. 누구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라이진 대회사에서 대진을 잡아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서 경기를 뛰겠다. 라이진이 경기를 잡아 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라이진은 내 직장이니까 잡아 주는 대로 '오케이' 하겠다."

라이진 라이트급 챔피언은 주짓수 강자 로베르토 사토시 소우자(34, 일본)다. 타케다 코지, 야치 유스케 등 일본인 파이터들뿐 아니라 토피크 무사예프 등 해외 강자들이 타이틀을 쫓고 있다.

1년 전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떨궜던 김경표, 1년 뒤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더 강해져 있을까.

아래는 경기 후 기자회견 문답.

- 경기 후 소감은?

경기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상대 나라에서 경기하는 만큼 훨씬 열심히 준비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쉽게 승리해서 기분이 매우 좋다.

- 경기 전후 상대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는가?

투랄은 내 전적의 두 배를 쌓은 선수였다. 최근 전적 외에는 다 좋았고 엄청난 베테랑이다. 나이가 들었더라도 센스가 남아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방심하지 않고 경기했다. 내가 원한 흐름은 레슬링이었다.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와 서브미션이었는데, 타격전에서 준비해 온 하나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MMA는 내가 준비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 생각한다.

- 향후 목표와 계획은?

난 라이진에서 이제 두 경기를 치른 선수다. 누구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라이진 대회사에서 대진을 잡아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서 경기를 뛰겠다. 라이진이 경기를 잡아 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 라이진에서 싸우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라이진에서는 싸울 선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선수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이름이 다 영어고 길어서 헛갈린다. 라이진은 내 직장이니까 잡아 주는 대로 '오케이'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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