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아더 애시 키즈 데이' 행사에 참여한 안드레 아가시(왼쪽) 슈테피 그라프(가운데) 부부와 세레나 윌리엄스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여자 테니스의 기록은 세레나 윌리엄스(34, 미국, 세계 랭킹 1위)의 스윙으로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9일(이하 한국 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2016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젤리크 커버(28, 독일, 세계 랭킹 4위)를 2-0(7-5 6-3)으로 이겼다.

윌리엄스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22번째 정상에 올랐다. 4개 그랜드슬램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은 마거릿 코트(호주)가 세운 24회다.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해는 1968년이다. 이후 가장 많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이는 22회에 성공한 슈테피 그라프(독일)였다.

이번 윔블던에서 우승한 윌리엄스는 그라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윌리엄스는 윔블던 결승에 9번째로 진출했다. 이 대회에서만 7번 우승(2002 2003 2009 2010 2012 2015 2016년)했다. 윔블던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의 9회다.

30대 중반에도 윌리엄스는 전성기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US오픈 준결승에서 그는 로베르타 빈치(33, 이탈리아, 세계 랭킹 7위)에게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윌리엄스는 올해 호주 오픈과 프랑스 오픈에서 모두 결승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호주 오픈에서는 커버에게 패했고 프랑스 오픈에서는 가르비네 무구루자(22, 스페인, 세계 랭킹 2위)에게 덜미가 잡혔다.

올해 윌리엄스는 그랜드슬램 대회와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 프리미어 맨덴터리 대회를 제외한 투어는 출전을 피했다. 체력과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던 '세레나 왕조'가 드디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윌리엄스의 실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윔블던 결승전을 앞둔 그는 "느낌이 좋다. 예전에 경기가 잘될 때의 느낌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커버는 호주 오픈 결승전처럼 끈질긴 수비로 윌리엄스를 공략했다. 그러나 공격은 물론 수비와 서브, 그리고 집중력에서 빈틈이 없는  윌리엄스는 커버에게 설욕했다.

경기를 마친 커버는 미국 일간지 위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언론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다"며 전력을 다했다고 털어놓았다.

▲ 2016년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세레나 윌리엄스 ⓒ GettyImages

그라프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세레나, 누가 더 위대할까?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다니엘 로싱은 10일 '세레나와 그라프 가운데 누가 더 위대할까?(Serena Williams Vs Steffi Graf: Who Is The Greatest?)'란 제목의 칼럼을 올렸다. 그는 "그라프는 17세였던 1987년 프랑스 오픈에서 처음 그랜드슬램 대회를 정복했다.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했다. 그때 윌리엄스의 나이는 18세였다"고 설명했다.

1969년생인 그라프는 1999년 8월 은퇴했다. 그해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고 윔블던에서는 준우승했다. 그라프는 30살까지 13년 동안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2번 우승했다.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17년 동안 코트를 장악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3세 285일의 나이로 윔블던 정상에 오르며 이 대회 여자 단식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로싱은 그라프가 짧은 시간에 많은 업적을 쌓은 것과 비교해 윌리엄스는 장수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경쟁자도 주목할 내용이다. 그라프는 10대 시절, 당시 백전노장이었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미국)를 상대했다. 비슷한 나이의 경쟁자는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아르헨티나)와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가 있었다. 모니카 셀레스(미국)가 등장하면서 그라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로싱은 "셀레스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무렵 그라프 팬의 칼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회고했다.

▲ 1989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꺾고 우승한 슈테피 그라프 ⓒ GettyImages

윌리엄스는 어린 시절, 린제이 데븐포트(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그리고 친언니 비너스 윌리엄스(36, 미국, 세계 랭킹 8위)와 경쟁했다. 또한 쥐스틴 에넹(34)과 킴 클레이터스(33, 이상 벨기에)도 위협적인 상대였다. 여기에 여자 테니스 흥행을 이끈 마리아 샤라포바(29, 러시아)의 도전도 받았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만큼 윌리엄스는 많은 경쟁자들과 경기했다.

그라프의 위대성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는 377주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다. 이 기록은 남녀 테니스 통틀어 역대 최장 기간이다. 또한 WTA 투어에서 107번이나 우승했다.

윌리엄스는 300주 세계 랭킹 1위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지금의 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나브라틸로바가 세운 332주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 명의 '테니스 전설' 크리스 에버트(미국)는 "나는 지난해 세레나 윌리엄스가 펼친 뛰어난 경기력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했다. 이어 "(세레나 윌리엄스는) 기복이 없고 경기에 드라마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하락세도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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