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출전사 ⑬레슬링 양정모, 드디어 이룬 올림픽 금메달의 꿈…여자 배구 동메달
작성일: 2016.07.18 07:00
신명철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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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편집국장] 1976년 한국 스포츠의 최대 관심사는 7월 17일부터 8월 1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여름철 올림픽이었다. 4년 전 뮌헨 대회에서 올림픽 무대에 처음 나선 북한에 뒤진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안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입상한 전적이 있거나 입상 전망이 확실해 국위 선양이 기대되는 종목 그리고 지역 예선을 통과한 종목 등 소수 정예로 강훈련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구성된 선수단은 임원 22명과 선수 50명으로 뮌헨 대회를 약간 웃도는 규모였다. 출전 종목은 레슬링과 유도, 남녀 배구, 복싱, 사격이었다. 사격은 1978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최국으로서 위상을 고려해 뮌헨 대회에 이어 또다시 참가하게 됐다. 남자 배구는 애초에는 ‘상위 입상이 어렵다’는 대한체육회의 판단에 따라 제외할 방침이었으나 “지역 예선을 통과한 마당에 본선 출전을 가로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대한배구협회의 거센 반발에 밀려 선수단에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격과 복싱, 남자 배구를 뺀 종목에서 모두 메달 따 대한체육회의 선수단 구성 방침은 비교적 정확했던 것으로 판명 났다.
몬트리올 대회에 나서는 선수단 결단식은 7월 3일 시민회관 별관(오늘날의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진행됐다. 결단식에서 김택수 회장이 “뮌헨 대회 때는 회장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임감이 덜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어떻게든지 좋은 성적을 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뮌헨 대회에 나서는 선수단의 심경은 각별했다.
다소의 진통도 있었다. 뮌헨 올림픽을 불과 두 달여 앞둔 4월 25일 여자 배구 대표팀의 주 공격수 박인실이 태릉선수촌에서 이탈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자 배구는 1964년 도쿄 대회 때 북한이 불참하는 바람에 대타로 출전해 꼴찌를 한 데 이어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에서 5위, 1972년 뮌헨 대회에서 4위를 하는 등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었다. 이 무렵 대한배구협회를 맡은 이낙선 회장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후원회를 조직하고 발전 기금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했다.
그리고 몬트리올 대회를 앞두고 1964년 도쿄 대회에서 일본 여자 배구를 우승으로 이끈 다이마쓰 히로부미를 초빙해 김한수 감독, 전호관 코치와 함께 대표팀을 지도하도록 했다. ‘동양의 마녀’라는 신화를 만든 다이마쓰는 ‘회전 리시브’등 혹독한 훈련의 대명사였다. 강훈련이 거듭되는 가운데 선수들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박인실이 무단으로 퇴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박인실은 당시로는 174cm의 큰 키에 뛰어난 점프력과 강타를 지닌 한국 여자 배구의 간판 공격수였다. 이 사건은 당시 상당한 파문과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국 협회는 박인실을 제명했다.
7월 17일 막을 올린 대회가 열흘이 넘도록 진행됐지만 그토록 기대하던 금메달은커녕 동메달조차 나오지 않자 한국 선수단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회는 후반부에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7월 28일 유도 80kg급의 박영철이 동메달을 차지하며 메달 레이스의 출발을 알리더니 30일에는 유도 63kg급의 장은경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은경은 조지 케르 주심의 판정 번복으로 쿠바의 헥토르 로드리게스에게 금메달을 넘겨 줬다. 유도에서는 대회 마지막날 조재기가 동메달을 보탰다. 조재기는 93kg급에서 메달권에 들지 못하자 삭발하고 무제한급에 다시 나서 기어이 입상하는 투혼을 보였다. 1964년 도쿄 대회 동메달리스트 김의태 등 재일동포들에게 의존했던 유도는 이 대회를 계기로 국내에서 훈련을 받고 성장한 선수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여자 배구가 헝가리를 물리치고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그리고 여자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뤘다. 여자 배구가 동메달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8개국이 출전한 가운데 조별 리그 B조에 속한 한국은 첫 경기에서 이 대회 준우승국인 소련과 접전을 펼친 끝에 1-3으로 졌다. 이후 쿠바와 동독을 각각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물리치고 조 2위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한국은 조별 리그 A조 1위이자 대회 우승국인 일본에 0-3으로 졌으나 3위 결정전에서 헝가리에 3-1(12-15 15-12 15-10 15-6)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 메달리스트이자 여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영예를 안은 선수는 이순복 조혜정 유경화 유정혜 정순옥 마금자 장혜숙 이순옥 박미금 변경자 백명선 윤영내 등 12명이다.
양정모의 금메달은 당시 적용되고 있던 벌점제가 큰 도움이 됐다. 레슬링 자유형 페더급에 출전한 양정모의 최대 라이벌은 몽골의 제베긴 오이도프였다. 양정모는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오이도프를 꺾고 우승했으나 1975년 9월 민스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오이도프에게 져 동메달에 그쳤다. 두 선수로서는 승패를 가려야 할 대회가 몬트리올 올림픽이었다.
양정모와 오이도프 그리고 미국의 진 데이비스가 맞붙은 결승 리그에서 양정모는 데이비스를 폴로 이겨 무벌점, 오이도프는 데이비스에게 판정으로 져 3벌점이었다. 양정모는 폴 또는 큰 점수 차(테크니컬 폴)로 지지 않으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오이도프와 맞섰다. 양정모는 먼저 1점을 뽑았지만 이후 내리 5점을 내줬다. 점수 차가 더 벌어지면 테크니컬 폴패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양정모는 2라운드 들어 힘을 내기 시작했다. 1분 만에 5-5 동점을 만든 양정모는 이후 동점과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을 벌였고 결국 오이도프가 10-8로 이겼다. 그러나 승자 오이도프는 고개를 떨어뜨렸고 양정모는 환호했다. 양정모는 벌점 3점, 오이도프는 적은 점수 차 승리에 따르는 벌점 1점이 추가돼 벌점 4점이 됐다.
양정모는 4년 전 국내 선발전을 거쳐 올림픽 출전권을 땄으나 소수 정예 방침에 밀려 뮌헨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아픔을 딛고 올림픽 챔피언의 자리에 섰다. 레슬링에서는 자유형 플라이급의 전해섭이 동메달을 추가했다.
남자 배구는 조별 리그 A조에서 1승3패를 기록해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난 뒤 5위 결정전에서 체코에 1-3으로 졌다. 사격에서는 속사권총의 박종길이 15위를 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메달이 기대됐던 복싱에서는 라이트플라이급의 박찬희와 밴텀급의 황철순, 페더급의 최충일이 메달권 문턱인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박찬희는 뒷날 프로로 전향해 WBC(세계복싱평의회)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은 소규모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의 성적으로 종합 19위에 오르는 알찬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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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 편집국장 기자 sm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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