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나 태권도 시켜줘서 고마워"...김유진, 호신술로 시작해 올림픽 금메달까지 [올림픽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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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마지막 부저가 울리는 순간,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이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할머니였다.
태권도와 만남도 할머니의 권유였다. 손녀가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며 별 탈 없이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8살이 되자 태권도장에 데려갔다. 그런데 태권도를 향한 김유진의 애정은 호신술을 익히는 것 이상이었다.
서울체고 재학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태극마크를 달기 시작했다. 한국체대로 진학한 뒤에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파리를 향한 정석 코스를 밟았다.
다만 올림픽을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 대체로 세계태권도연맹(WT) 상위 랭커가 올림픽 진출권을 가져간다. 김유진이 랭킹은 그렇지 못하다. 여자 57kg급 세계랭킹이 24위에 불과하다. 파리에 함께 온 박태준(5위), 서건우(4위), 이다빈(4위) 등과 걸어온 길이 달랐다.
김유진은 국내 선발전과 대륙별 선발전을 모두 거쳐야 했다. 그마저도 올림픽 개막을 불과 넉 달 앞둔 올해 3월에야 아시아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누구보다 고되게 확보한 올림픽 출전이기에 단내나는 훈련을 마다하지 않았다. 운동을 관두고 싶을 정도까지 생각이 다다를 정도였다. 그런 덕분에 정작 올림픽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김유진은 자이언트 킬링을 완성했다. 1회전부터 결승까지 상위 랭커만 잡고 올라왔다. 그것도 16강에서는 5위 하티제 퀴브라 일귄(튀르키예), 8강은 4위 스카일라 박(캐나다) 급기야 준결승에서는 세계랭킹 1위까지 꺾었다.
김유진이 잡은 뤄중스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 빛나는 강자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까지 가져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땄으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유진은 랭킹 1위의 머리를 수차례 타격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공격을 여러번 성공하면서 세계 최고의 자존심까지 함께 굴복시켰다.
결승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2위 키야니찬데를 상대한 김유진은 결승인데도 1라운드 5-0, 2라운드는 더욱 점수차를 벌린 9-0으로 가뿐하게 이겼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3위를 제외하고 랭킹 TOP5만 골라서 잡아냈다.
모두가 24위의 반란이라 말하지만 김유진은 다르게 생각한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유진은 "이제는 반전이 아니"라며 "오늘 몸을 푸는 데 몸이 너무 좋아서 '일 내겠다'라고 혼자 생각했다. 태권도를 하는 동안 오늘 몸이 가장 좋았다"라고 웃었다.
톱랭커를 만나는 것도 부담되지 않았다. 김유진은 "랭킹이 높다고 꼭 잘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아예 신경쓰지 않는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계속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파리까지 참 어렵게 온 일도 동기부여 중 하나다. 김유진은 "여태껏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 '이것도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과정들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순간"이라며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했다. 사실 준비를 너무 힘들게 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자신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올림픽 금메달까지 고비라고는 한 번 정도밖에 겪지 않았다. 뤄중스에게 2라운드를 내주며 1-1이 됐을 때도 "훈련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악착같이 계속 발차기를 했다"라고 돌아봤다.
세계 정상에 오른 김유진의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다. "길게 봤을 때 4년 뒤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유진은 "당장은 내년 세계선수권 대표가 되는 게 목표다. 또, 아시안게임도 우승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에 앞서 금메달을 딴 하루는 마음 놓고 즐길 계획이다. 좋아하는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언제 먹었는지 떠올리지 못한 김유진은 '오늘은 즐겨도 되지 않느냐'는 말에 "무조건"이라며 "맥주도 곁들이겠다"라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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