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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습니다” 입술 깨문 구자욱의 짧고 굵은 그 대답… 2025년을 부르는 축포의 의미

작성일: 2025.03.03 09:54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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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2일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5회 구자욱의 대타 역전 만루홈런에 힘입어 8-4로 이겼다. 5회 대타로 들어가 상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대타 초구 만루홈런을 터뜨린 구자욱 ⓒ삼성라이온즈
▲ 삼성은 2일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5회 구자욱의 대타 역전 만루홈런에 힘입어 8-4로 이겼다. 5회 대타로 들어가 상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대타 초구 만루홈런을 터뜨린 구자욱 ⓒ삼성라이온즈
▲ 지난해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한 구자욱은 그 아픔을 깨끗하게 날리는 홈런포로 2025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라이온즈
▲ 지난해 불의의 무릎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 뛰지 못한 구자욱은 그 아픔을 깨끗하게 날리는 홈런포로 2025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삼성 간판타자이자 주장인 구자욱(32)은 2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왜 그가 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인지를 스윙 한 번으로 증명했다. 팀이 1-3으로 뒤진 5회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에이스인 제임스 네일(KIA)을 상대로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무릎 부상 여파로 오프시즌을 재활에 매달렸던 구자욱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연습경기 출전이 늦었다. 1일 LG전에야 첫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몸 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구자욱은 자신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2일 경기에서 증명했다. 삼성이 5회 전병우의 좌전 안타와 1사 후 김지찬의 우월 2루타, 그리고 홍현빈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자 삼성은 구자욱을 타석에 넣었다.

찬스라 구자욱이 나온 게 아니라 원래 이 시점에 박병호를 대신해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타석에 찬스가 걸렸다. 구자욱은 초구부터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네일의 시속 148㎞ 패스트볼이 다소 높은 실투로 들어오자 구자욱은 이를 받아쳐 우월 역전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아카마 구장에 모인 삼성 팬들이 환호했다. 삼성은 이 홈런 한 방으로 단번에 역전에 성공한 끝에 8-4로 이기고 오키나와 연습경기 일정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어쩌면 삼성 팬들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떠올렸을지 모른다. 지난해 리그 MVP급 활약을 선보인 구자욱은 후반기에 타오르며 가을야구에서의 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무릎을 다쳤고, 결국 남은 가을야구 일정에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도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었다. 모든 경기를 더그아웃에서 지켜봐야 했고, 팀의 준우승을 물끄러미 지켜봐야 했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타오를 법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네일을 상대로 친 우월 만루홈런은, “구자욱이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을 다시 꺼내들기에 충분했다. 선수 자신의 감상은 어땠을까. 구자욱은 감정을 누르며 “잊었습니다”라는 다섯 글자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너무나도 속상했던 시기였기에 오히려 망각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구자욱은 이제 다시 뛴다는 각오다. 그리고 만루홈런은 구자욱과 삼성이 쏘아올린 신호탄처럼 느껴졌다.

사실 타격감이 완벽한 상태일 리가 없다. 두 번째 실전 경기였다. 구자욱도 “어제 경기(1일 LG전)에서 공을 앞으로 한 번도 못 보냈다. 오늘은 인플레이타구를 내려고 앞으로 공을 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운 좋게 중심에 맞았다. 어떻게 친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다소간 운도 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사 운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해도 선수의 심리에는 도움이 된다. 구자욱은 “조금 빨리 나와서 내가 불안했던 것도 조금 떨쳐낸 것 같고, 또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연습경기인데 이기고 분위기를 좋게 가야 하는 경기에서 쳐서 더 기분이 좋다”고 이 홈런의 두 가지 의의를 다졌다.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미래 지향적이었다.

남들보다 진도가 늦었던 만큼 개막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 구자욱도 한 타석이 소중하다는 생각이다. 구자욱은 “시즌 때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임했다. 지금 집중력 있게 또 타석에 들어서야 시범 경기부터 정규 시즌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좀 집중해서 타석에 들어섰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에는 그렇게 크게 의미를 담아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직 그냥 공을 보는 데에 있어서는 만족스로운 타석이 된 것 말고는 딱히 큰 의미는 없다”면서 앞으로 더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 올 시즌 삼성의 주축 타자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자욱 ⓒ삼성라이온즈
▲ 올 시즌 삼성의 주축 타자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구자욱 ⓒ삼성라이온즈

2025년은 팀으로나 개인으로나 굉장히 중요하다. 구자욱은 삼성 왕조의 마지막을 경험했던 선수다. 야수로는 사실상 유일한 선수다. 그 DNA를 물려받은 적자는, 이제 후배들에게 이를 다시 물려주고 싶어 한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지난해 너무나도 아쉽게 정상 문턱에 주저앉았기 때문에 올해는 의욕이 더 넘친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성적을 유지하면 내년에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다.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내년 3월 열리고, 대표팀 선발 기준은 올해 성적이다. 구자욱은 좋은 팀 성적을 거두면, 그 목표도 자연히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구자욱은 “누구나 선수라면 다들 가고 싶은 게 WBC라는 큰 대회다. 하지만 본인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시즌을 잘 치러야 좋은 평가를 받고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나는 시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에 더 포커스를 맞춰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2025년을 조준했다. 지난해 아픔을 잊은 구자욱이 2025년을 재촉하는 축포를 터뜨리며 본격적인 발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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