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블랙코미디? 폰세 vs 구자욱 피치클락 항의에 5분 허비, 이미 예고된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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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신원철 기자] 마치 블랙코미디 같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벌어진 코디 폰세와 구자욱, 그리고 박기택 심판위원과 김경문 감독이 얽히고설켜 약 6분의 경기 중단 해프닝을 낳았다. '폰세가 피치클락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고의적으로 투구를 지연한다'는 항의를 받은 것이 이 해프닝의 시작이었다. '불필요한 경기 시간 단축으로 팬들에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한다'는 피치클락 도입 목적이 무색해졌다.
사실 '예고된 사태'다. KBO는 2025년 정규시즌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 피치클락 시행세칙을 손봤다며 "불필요한 경기 시간 단축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 제공이라는 피치클락 규정 도입 목적과 기존 스피드업 규정에 따라 투수가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경기를 지연시킨다고 심판이 판단할 경우,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20일 김병주 심판위원장, 진철훈 기록위원장이 10개 구단 감독과 간담회에서 결정했고 21일 발표했다.
고의적인 시간 지연이 우려됐다면 처음부터 피치클락의 제한 시간을 줄였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KBO와 현장의 지도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꾸로 시간을 늘려놨다. 피치클락 도입을 추진하던 지난해에는 '피치컴이라는 장비가 없으면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KBO도 이에 발맞춰 장비를 도입했다. 그런데도 KBO리그의 피치클락 규정은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대만 프로야구보다도 느슨하다.
#KBO-MLB-CPBL 피치클락 차이
KBO 주자 X 20초, 주자 O 25초, 타임아웃 2회, 투구판 이탈 무제한
MLB 주자 X 15초, 주자 O 18초, 타임아웃 1회, 투구판 이탈 2회(3회째 견제사 실패시 보크)
CPBL 주자 X 20초, 주자 O 25초, 타임아웃 1회, 투구판 이탈 3회(4회째 견제사 실패시 보크)
따지고 보면 원인은 처음부터 느슨했던 제도에 있다. 그런데 KBO와 현장 지도자들은 투구 제한 시간을 줄이는 간단한 해결책을 쓰지 않았다. '고의성이 보이면',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를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심판에게 재량권을 넘겨버렸다.
물론 야구 규칙에는 이외에도 심판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대목이 또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심판의 재량권을 두지는 않는다. 포스아웃 상황에 태그아웃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피치클락 규정처럼 적용 방법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경우 또한 재량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투수는 정해진 시간 안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하고, 타자 또한 정해진 시간 안에 타격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볼카운트 제재를 받는다. 해야 할 것, 그리고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까지 명확하게 정해져 추가적인 해석의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KBO는 개막을 코앞에 두고 돌연 피치클락에 재량권을 두면서 논란의 여지를 만들었다. 폰세는 이미 지난 3월 22일 개막전에서 이 규정의 영향을 받았다. 무사 1루에서 투구를 지연하고 있다며 주의를 받은 뒤 다음 투구를 빨리 하려다 보크를 저질렀다.
'피치클락 원조'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떨까. 심판의 재량권은 '시간이 더 필요할 때'만 허락된다. 이를테면 포수가 장비를 착용하느라 준비 시간이 부족할 때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식이다. 투구 제한 시간은 온전히 선수들의 것이다. 실제로 이를 역이용해 아슬아슬하게 투구를 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실험한 선수들도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벌어진 해프닝이 앞으로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이번 사례가 '구실'이 될 수도 있다. 피치클락을 충분히 쓰면서 던지는 투수가 있다면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려 의도적으로 항의를 하는 방법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한편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끝나고 감독자 회의에서 좀 이야기가 나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투수는 충분히 시간 안에 던지는데 뭐라고 하니 이상하고, 타자는 인터벌이 너무 기니까 타임 할 수가 있다. 시즌 다 끝나고 감독자 회의에서 다뤄야 할 점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또한 블랙코미디다. 이 사안을 '감독자 회의'에서 다룬 것 역시 문제의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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