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실패했어요" 넘버원 에이스 솔직 고백…그리곤 "감독님은 연체동물 같다" 말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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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최원영 기자] 부단히 노력하다 시행착오를 겪었고, 다시 답을 찾아가고 있다.
KT 위즈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5)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이닝 8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투구 수 95개를 빚었다. 팀의 11-3 역전승과 위닝시리즈 달성에 기여했다.
그간 고영표의 별명은 '고퀄스'였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를 당연하다는 듯 해내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주춤했다. 이날 시즌 10번째 등판 만에 4번째 QS를 기록했다.
선발승도 무척 오랜만이다. 지난 4월 7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후 8경기 만에 선발승과 인연을 맺었다. 이제 갓 2승째다. 시즌 성적은 10경기 55이닝 2승4패 평균자책점 5.07이 됐다.
승리 후 만난 고영표는 "어렵게 선발승을 따낸 적도 많지만 이번엔 정말 오랜만이라 더 어렵게 느껴졌다. 최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지는 듯했다"며 "마운드에서 최대한 내 리듬과 타이밍을 조정하려 했다. 요즘 기복이 심해 그 부분에 가장 신경 쓴 덕분에 6회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세트 포지션으로 투구할 때 초반에는 공의 힘이 좀 풀린다고 느꼈다. 계속 조정했더니 체인지업도 조금 잘 떨어졌고 커브도 잘 들어갔다. 그나마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잘 억제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포수 한승택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고영표는 "(한)승택이에게 늘 미안했다. 투수가 못하거나, 제구가 좋지 않거나, 구위가 약하면 포수의 볼 배합이 의미 없어진다. 내가 좋은 공을 던져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데 잘 안 돼 승택이에게 많이 미안했다"며 "이번엔 99% 승택이의 사인에 맞춰 던지려 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진심을 표했다.
지난해까지 KT는 막강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주로 선발 야구를 해왔다. 올해는 선발투수들이 전반적으로 비교적 고전 중이다.
고영표는 "내 성격상 늘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데 6회까지 투구하지 못하고 5이닝만 던지고 내려오는 날이 많았다. 6이닝을 소화하더라도 실점을 많이 해 너무 힘들었다"며 "마인드나 심리적인 부분이 흔들리면 안 되니 계속 나에게 집중했다. 최근 조금씩 나아지며 반등하고 있는 것 같다. 나부터 잘하면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어 "내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자기 확신'이다. 훈련을 통해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못해도 다음엔 결과가 나올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며 "하지만 그동안은 훈련 중 투구할 때도 기복이 심했다. 자신감도 떨어지니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제는 내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힘 있게 던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예년 대비 구속이 올랐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 끝나고도 시도하고, 올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도 해봤다. 힘든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 코치님께서는 항상 '하던 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시는데 난 나름대로 도전을 해봤다. 결국 실패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영표는 "단번에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더라. 낙폭이나 움직임 자체도 예전과는 달라졌다"며 "이번 게임에서도 초반에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계속 안타를 맞았다. 그 부분이 내겐 제일 힘들다. 난 체인지업이 기반이 되는 투수고 거기에 패스트볼과 커브를 섞어가며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헛스윙률이 낮아지면 정말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시즌을 준비하며 시도했던 것들 때문에 현재 메커니즘이 왔다 갔다 하는 듯하다. 구속과 몸의 탄력성을 더 올리려 했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며 "상체나 어깨에 부하가 많이 왔다. 난 하체 위주로 던져야 하는 투수라 다시 그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다"고 부연했다.
이강철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 고영표는 "지난 26일 잠실에서 (불펜) 피칭할 때 감독님께서 보시더니 '하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걸 이번에 마운드에서 적용해 봤다"며 "6회 투구를 마친 뒤 감독님께 어떠냐고 물어봤는데 '좋은 것 같다'고 해주셨다. 나도 스스로 느끼기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고영표는 "그 투구 폼을 완전히 내 스타일대로 흡수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가 자꾸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 보니 흐름이 끊겼다. 그러면 공이 가는 길이 짧아진다. 체인지업이 가다가 풀리면서 밋밋하게 들어가게 된다"며 "감독님께서 하체를 더 이용해 공을 좀 길게, 쭉쭉 뿌리라고 말씀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게 무의식중에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다. 지금은 감독님의 주문을 생각하며 투구하고 있는데 '어?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새로웠다"며 "나는 유연하다고 해도 뻣뻣한 편이지만 감독님은 진짜 유연하시다. 아직도 나보다 더 유연한 걸 보면 타고나신 것 같다. 감독님은 그냥 진짜 무슨 연체동물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올 시즌 종료 후 다시 같은 도전에 나설까. 고영표는 곧바로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건 실패다'라는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나라는 투수 안에서 폼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냥 나답게 투구할 것이다. 스스로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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