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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하라”...이임생, ‘빵집 회동’ 전말 공개→정몽규 직접 지시 주장

작성일: 2026.08.09 15:07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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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입을 열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이사는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축구협회 간 분쟁을 심리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소송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는 2024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상황이 시간 순서대로 담겼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경찰 수사가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이사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전 이사의 입장은 2024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당시에는 거센 질타 속에서 답변이 이어지며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서면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정리했다.

이 전 이사의 설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정몽규 전 회장의 역할이다. 이임생 전 이사는 자신이 대표팀 감독 선임 업무를 맡게 된 배경으로 정해성 당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을 들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는 최종 후보 3명을 추린 뒤 홍명보 전 감독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정 전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사실상 반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이 돌연 연락이 닿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최근 이천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한 내용과도 일부 맞닿아 있다. 이천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정해성 위원장이 들어갔는데 정몽규 회장이 ‘돌고 돌아 홍명보예요?’라고 했다는 것”이라며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수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 후보를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홍 전 감독이 1순위로 보고되자 정 전 회장이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다. 다만 이천수는 해당 대화를 직접 들은 당사자가 아니라 축구계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해성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감독 선임 업무를 이어받은 인물이 이임생 전 이사였다. 이 전 이사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자신에게 “최종 후보 3명 모두와 계약이 가능하도록 면담하고 오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주문도 있었다. 이 전 이사는 정 전 회장이 ‘홍명보 감독을 포함해 모든 후보자를 선입견 없이 검토하라’, ‘누구와도 계약할 수 있도록 완성도 높게 협상해달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메신저를 통해서는 “한국 축구를 위한 이임생 TD(테크니컬 디렉터)의 판단을 믿는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는 이를 특정 후보를 선택하라는 지시가 아니라 최종 후보자들의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진정성을 직접 확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후보자들이 한국 대표팀을 실제로 맡을 의지가 있는지, 혹은 다른 국가대표팀이나 구단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직접 확인하라는 뜻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전 이사는 최종 후보 3명과 모두 면담하기 위해 움직였다. 거스 포옛과 다비드 바그너는 이 전 이사가 업무를 넘겨받기 전부터 면담 일정이 잡혀 있었다. 문제는 홍명보 전 감독이었다. 홍 전 감독은 당시 대한축구협회의 반복된 면담 요청을 거절한 상태였다.

이 전 이사는 정 전 회장의 “누구와도 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이행하려면 홍 전 감독과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해성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가 이미 홍 전 감독을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결국 이른바 ‘빵집 회동’이 성사됐다. 이임생 전 이사는 홍 전 감독과 인연이 있던 최영일 당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에게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고, 늦은 밤 홍 전 감독 자택 인근의 한 베이커리에서 홍 전 감독을 만났다.

이 만남은 이후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에서 가장 큰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외국인 감독 후보들은 정식 면접과 프레젠테이션을 거친 반면 홍 전 감독과는 늦은 밤 빵집에서 사실상 단독 면담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절차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 전 이사가 이번에 공개한 설명에 따르면 결정적인 상황은 회동 다음 날 벌어졌다. 홍 전 감독은 “소속 구단에서 나를 풀어준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이 전 이사는 이를 정 전 회장에게 그대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 전 회장이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하라. 자세한 것은 김정배 부회장과 상의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 이 전 이사의 주장이다.

이후 김정배 당시 상근부회장이 정 전 회장과 소통을 마쳤다며 홍 전 감독 내정 발표와 계약 등 후속 업무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도 설명했다.

이 전 이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 전 감독 선임을 자신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기존 의혹과는 결이 달라진다. 적어도 최종 단계에서는 정 전 회장이 직접 보고를 받은 뒤 선임을 승인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전 이사가 소송 참가에 나선 이유도 이 부분에 있다. 문체부는 2024년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를 통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이 전 이사가 사실상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아닌 기술총괄이사에게 해당 권한이 없었음에도 임의적으로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몽규 전 회장과 김정배 전 부회장, 이임생 전 이사 등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전 이사 측은 자신이 협회 직제에 따라 상부의 지시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 전 이사의 법률대리인은 “이미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추천한 최종 후보자 3인을 만나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향을 타진하고, 대한축구협회와 구체적인 계약 조건 조율과 협상이 가능하도록 면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문체부는 권한 없이 감독을 추천했다고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뒤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 전 이사가 당시 홍 전 감독과 면담하면서 직접 작성한 자필 기록이 존재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해당 기록의 실제 내용과 작성 시점 등이 확인될 경우 향후 법정 공방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정 전 회장과 이 전 이사 등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이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전력강화위원과 이사회 구성원 등을 차례로 조사했고, 지난 5일에는 홍 전 감독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다음 날에는 천안 축구종합센터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회 및 이사회 관계자들이 사용했던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관련 행정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수사의 핵심은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상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지켜졌는지 여부다. 정 전 회장이나 협회 수뇌부가 지위를 이용해 전력강화위원회와 이사회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면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몽규 전 회장을 둘러싼 두 가지 주장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해성 전 위원장이 홍 전 감독을 1순위로 처음 보고했을 당시 정 전 회장이 “돌아 돌아 홍명보냐”는 취지로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과, 이후 이임생 전 이사가 홍 전 감독의 수락 의사를 보고하자 “그러면 홍명보 감독으로 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시점을 설명하고 있다.

처음에는 홍 전 감독 선임에 부정적이었던 정 전 회장이 이후 최종 단계에서 결정을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내용은 이 전 이사 측의 주장과 관계자들의 전언이 섞여 있다. 당시 실제 대화 내용과 자필 기록, 협회 내부 문서가 향후 경찰 수사와 법정에서 어떻게 확인되느냐에 따라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의 실체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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